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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강대, 재단 기획기사 게재 불허…학보사 ‘백지발행’ 항의

등록 2019-05-24 16:11수정 2019-05-24 16:23

재단·현직 총장 기획 취재한〈서강학보〉
학교 “신뢰성에 문제 있다” 게재 불허
학생들 “편집권 침해” 백지발행 하기로
21일 <서강학보>가 백지발행 계획을 밝히며 낸 입장문.
21일 <서강학보>가 백지발행 계획을 밝히며 낸 입장문.
서강대학교 학보사인 <서강학보>에 실릴 예정이었던 학교 재단과 현직 총장 관련 기사가 학교 쪽의 ‘불허’로 지면에서 빠지게 됐다. 학교는 해당 기사에 포함된 설문조사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는데, 학생들은 “편집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학보사는 항의의 의미로 27일 나올 신문 전면을 백지발행 하기로 했다.

21일 서강학보는 입장문을 내고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기 위해 27일 692호 전면을 백지발행한다고 밝혔다. 서강학보는 해당 입장문에 “박종구 서강대 총장과 관련한 ‘재단기획’ 기사를 692호에 실으려 했으나, 발행 등을 지도하는 주간교수가 해당 지면 발행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주간교수는 (기사에 나오는) 설문조사가 반 학교적 커뮤니티인 ‘서담’에서 받은 데다 중복답변이 가능해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취재 방식이 예의없었다고 지적했다”고 적었다.

서강학보는 설문조사가 교수 자문을 거쳐 이뤄진 만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학교 쪽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서강학보는 “조사는 서담 외 다른 커뮤니티와 학부별 단체 대화방에도 공유됐다. 이는 교수 자문을 거친 것이며 총 1034명, 학부별 최소 6.4% 이상, 학년별 최소 15.7% 이상의 비교적 고른 분포의 답을 얻었다”며 “중복답변은 구글 계정이 없는 학생도 참여여하게 하려면 불가피했고 오차범위를 줄이는 조치도 했다”고 설명했다.

총장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의 취재 형식이 ‘예의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학교 누리집에 명시된 총장 메일로 연락을 취했을 뿐이며 같은 식으로 2017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취재했고 학교도 협조적이었다”며 “설문조사 결과가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질문의 어조가 공격적이었을 수 있지만, 우리는 학생이 아닌 언론사 기자로서 답을 요청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서강대 학생들도 편집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백지발행 계획을 밝힌 서강학보의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언론의 역할은 원래 예의 차리고 말 잘 듣고 순종하면서는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언론의 올바른 목소리를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서강대학교 언론인연합회도 성명을 내 “학생 기자는 정당한 취재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언론사의 편집권은 언론사에 있어야 한다”며 “학교의 금전적 지원과 언론의 주관은 별개다”고 지적했다.

서강대학교는 이에 대해 보완취재를 요청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설문조사가 중복 답변 등의 문제가 있어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총장님 일정도 있는데 급하게 메일을 보낸 문제도 있었다”며 “그런 점들을 고려해 주간교수가 시간을 갖고 다시 취재해보라고 조언했지만 학생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보완 취재 제안을 둘러싸고 의견일치가 안 돼서 생긴 문제이지 취재 방향 등을 억압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학언론이 학교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며 백지발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3월13일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도 학교의 편집권 침해에 반발하는 의미로 1면을 백지발행했다. 당시 대학신문은 “2016년 1월께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온 ‘반올림’에 대한 기사를 썼는데, 주간교수는 ‘노동자 입장에서만 작성됐다’며 기사 게재를 불허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주간교수가 기자단에 알리지 않고 70주년 기획기사를 쓰는 대가로 본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거나 직접 나서 판을 제작하려 하는 등 편집권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고, 대학신문은 이에 13일치를 백지로 발행해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한바 있다.

청주대에서도 2017년 3월께 김윤배 전 총장과 관련한 기사를 보도한 청주대 학보 <청대신문>을 학교 쪽이 회수하자, 기자들이 항의의 뜻으로 1면을 백지로 제작한 바 있다. 청주대는 2017년 3월20일 배포된 청대신문 909호 일부를 “학교 예산으로 제작하는 학보사가 전 총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회수했다. 당시 신문에는 김 전 총장이 교비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 보도됐다. 2015년 5월께 서울여대에서도, 학보사인 <서울여대학보>가 청소노동자 지지 현수막 철거를 규탄하는 성명을 1면에 실으려 하자 주간교수 등이 반대했고 이에 반발한 기자들이 백지발행을 단행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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