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3년째 진행중인 생리대 유해성 논란…“여전히 안전은 개인의 몫”

등록 2019-05-21 16:51수정 2019-05-21 19:30

민·관협의회 본조사 진행…예산 1억7200만원에 불과
“인구 절반의 문제…적은 예산으론 답 찾기 어려워”
여성 건강에 대한 인식 바뀌고, 정부 소통 늘어야
‘생리대 유해성 논란 3년,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의 노력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가 21일 국회에서 열렸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 3년,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의 노력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가 21일 국회에서 열렸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 이후 3년째지만, 지금 여성들은 생리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더 값비싼 생리대, 외국에서 안전하다고 이야기되는 생리대를 사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지키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생리대 유해성 논란 3년,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의 노력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개인이 감당 중인 ‘생리대 불안’에 대해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환경보건 관련 학술단체와 정당, 시민단체가 모여 생리대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시작된 지 올해로 3년째다. 지난 2017년, 여성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정 생리대를 쓴 뒤 생리량이 줄어들거나 생리불순, 생리통 등이 나타났다는 경험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같은 해 3월,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에서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10종의 일회용 생리대에서 모두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유럽연합(EU)이 규정한 생식독성, 피부자극성 물질 등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고 밝히며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커졌다.

같은 해 9월, 정의당이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두달 뒤 환경보건위원회가 이 청원을 수용하면서 2017년 12월,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민·관 공동협의회’가 구성됐다. 협의회는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건강 피해가 3개월 이상 지속된 여성 5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예비 조사를 실시했다. 협의회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본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전반적으로 일회용 생리대가 안전한지에 대해 파악하는 데 조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발생한 ‘특정 생리대로 인한 피해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얼마나 있었는지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피해자들을 제대로 조사해야 재발 방지를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그런 면에 있어서 조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생리대 안전성 검증을 우한 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종현 EH R&C 환경보건안전연구소 연구소장은 “식약처에서 제품의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한 인체시험 자료를 요청하는 게 아니라 제품의 효능과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리대 유해성 논란은 어떤 형태로든 안전검증을 하더라도 시장에 유통된 이후에 예측 범위를 벗어난 피해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제품의 시장 출시 이후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생리대 유해성 논란은 ‘여성 건강’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부족해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그간 생리통이나 생리대 부작용을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가부장적 역사가 있었다.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다 해도 여성의 신체적 특성과 사용행태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검출량이 기준치 이하라며 성급하게 ‘평생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으로 모든 여성의 경험을 설명할 수 없다. 그 한계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리대 안정성 여부를 알리기 위해 정부의 소통이 더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최 교수는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벌어진 후 식약처는 유해물질을 분석하고 인체에 유해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건 식약처가 조사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에 한정된 결과였음에도 실제 대중은 ‘시중 생리대는 안전하다’는 결론으로 받아들였다. 소통 측면에서 발생하는 왜곡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롬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활동가도 “논란이 된 생리대를 직접 쓰고 있었고, 중단 뒤 몸의 변화를 느꼈는데 식약처 조사 결과에서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하니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자세한 검사 결과를 찾아봤는데 내용을 읽고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이런 결과들을 직접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대중적으로 접할 수 없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예산 문제도 해결 과제로 지적됐다. 하은희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민·관 공동협의회 위원장은 “올해 예산이 1억7200만원이다. 이 예산으로 본조사를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기영 환경보건학회장도 “인구 절반의 문제를 1억7200만원의 연구비로 해결하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에 대해 답을 내고 싶지만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와이엠시에이(YMCA)전국연맹에서 서울시와 함께 250곳에 생리대 비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힌 위창희 공공재로서의 생리대팀 팀장은 “토론을 들었지만, 그래서 안전한 생리대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생리대를 지원받는 사람들이 문제없이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한 생리대가 서울시의 여성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한국역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 환경독성보건학회,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정의당 여성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글·사진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