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수용자들은 종종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다. 검사실에서 교도관에게 전화로 조사 일정을 알리면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소식을 전달했다. 그러나 무슨 사건으로 왜 조사받는지 일일이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2018년 5월 개정된 법무부 훈령 ‘인권보호수사준칙’ 33조에 따르면, 피의자에게 출석을 요구할 때 도망 또는 증거 인멸할 우려가 없을 경우에는 죄명이나 피의사실의 요지 등 사유를 알려줘야 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수용자 입장에서는 변호인을 미리 만나지 못해 변론 준비를 못 하거나, 자신이 무슨 사건으로 조사받는지 몰라 전전긍긍해 하는 곤란함이 있었다고 한다. 2018년 12월 기준 미리 통지를 받고 검찰청에 조사받으러 오는 수용자는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대검찰청 인권부는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새 시스템을 적용했다. 조사받기 1~2일 전 검사실에서 수용자를 부르는데,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사유를 입력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바쁜 검사들이 달라진 시스템에 쉽게 적응하도록 말풍선 형태로 사유를 미리 분류해두었다고 한다. “○○검찰청 ○○호 ○○사건 조사를 위하여”, “다단계 사기 사건의 피의자 조사를 위하여”, “당해 구속된 사건의 조사를 위하여” “참고인 조사를 위하여” 등 맞는 말을 골라 쓸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수용자에게 무슨 일로 조사받으러 나오는지 통지하는 비율이 4월 기준 99.4%까지 올랐다. 구두로 통보하던 방식은 다른 수용자들이 출석 이유를 듣지 않도록 종이로 출력한 개인별 ‘출정자고지표’를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달라졌다. 대검찰청 인권부 관계자는 19일 “그동안 수용자는 자신이 무슨 이유로 검찰청에 나오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피의자 방어권 보장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규정은 있지만 잘 이행되지 않은 현실을 바꾸고자 시스템을 바꿨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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