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18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 시민문화제가 열려 참가한 시민들이 노란 풍선과 손팻말, 불 켠 스마트폰을 들어올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함께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한 분들을 기억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계승하고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5월 18일 광화문 광장은 노란 풍선을 들고 노란 나비를 어깨에 붙인 시민들의 ‘노란 물결’로 가득 찼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추모 시민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문화제는 대통령의 생애를 정리한 사진 전시회와 거리 공연 등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마련됐다.
이정희(62) 씨는 5.18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혼자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이 씨는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은 날 믿어지지 않아 울면서 직접 봉화로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그동안 진실규명도 안 되고 아직 망언하는 사람이 많아 가슴이 아픈데,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많은 사람이 기억해주고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권지담 기자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해 친구와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는 김성자(61) 씨는 “노 전 대통령 마음이 무엇인지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가셔서 너무 아쉽다”며 “이번 10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변화된 세상을 보여주고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가족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찾은 임종언(43)씨는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사람 냄새나고 인간다운 대통령”이라며 “이번 10주기는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즐겁게 행사를 한다고 해서 5.18 기념식이 끝난 뒤 11살 아이 손을 잡고 추모제에 왔다”고 말했다.
윤재학(72) 씨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권지담 기자
오늘 추모제에 응급구조사로 참석한 이향미(42) 씨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서 놀랐다”며 “노 전 대통령이 우리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는 우상 같은 존재로 영원히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광장에 앉아서 노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적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윤재학(72) 씨는 ‘이 더운 날 수많은 국민이 바보 노무현을 보고자 여기에 나왔는데 도대체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하늘나라가 그렇게도 좋습니까?’라는 장문의 글을 큰 종이박스에 적어 광장에 펼쳐놓았다.
추모제에는 5.18,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아픈 사람들의 상처를 함께하는 의미에서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도 참여했다. 오늘 행사를 위해 5만 마리의 나비를 만들어 왔다는 양승미(48) 씨는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펄럭이는 나비를 만들었다”며 “이번 추모제에서 노 전 대통령을 마음 따뜻한 대통령으로 기억하는 것과 더불어 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의문을 일반 시민들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현대무용 더무브 공연팀이 5.18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과 함께 ‘퍼포먼스형 커뮤니티 댄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권지담 기자
오후 3시30분과 오후 4시에는 5.18과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기념하는 공연도 열렸다. 광장에 온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퍼포먼스형 커뮤니티 댄스’를 준비한 윤성은 더무브 단장은 “오늘 광장에 5.18과 10주기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즐겁게 새로운 희망의 나라로 가자는 의미로 많은 사람이 함께 마음을 나눴으면 좋겠어서 공연을 준비했다”며 “시민들이 노란 우산을 들고 함께 공연에 참여함으로써 무용수가 아닌 시민들이 공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 시민문화제가 열려 김어준 씨의 사회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오후 6시부터는 1부 ‘민주주의 토크 콘서트’와 2부 ‘사람사는세상 문화제’ 등 문화공연 축제가 열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토크 콘서트에 앞서 “5월은 5.16 군사 쿠데타가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고 광주 5.18 참극이 있었던 슬프고 잔인했던 달”이라며 “이제부터는 ‘새로운 노무현’을 찾아 나서는 전진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장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014년 4월 16일 당신(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곁에 있었다면, 모든 자원을 동원해 승객을 구조했다면 우리 준영이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세월호 참사 가해자와 5.18 광주학살의 책임자, 우리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을 모두 처벌하는 것이 적폐청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토크 콘서트에서는 사회자 김어준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이 무대에 올라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주의를 말하다’를 주제로 토론했다. 이후 저녁 7시부터 9시30분까지는 배우 권해효 사회로 이은미, 조관우, 데이브레이크, 알리, 육중완밴드 등 가수들의 음악 콘서트가 진행됐다.
한편,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대한애국당의 천막과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석방운동본부의 집회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경찰은 시민문화제와 대한애국당 천막 사이와 석방운동본부가 행진하는 거리에 서서 문화제 참가자와 집회자 간의 무력 충돌을 막았다.
글 권지담 기자·사진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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