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기안84의 복학왕 세미나2편의 한 장면. 네이버 웹툰 갈무리.
웹툰작가이자 방송인 기안84(35·본명 김희민)가 웹툰에 청각장애인 비하 표현을 담아 사과한 지 6일 만에 다시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안84가 14일 네이버 웹툰에 연재한 ‘복학왕 249화 세미나2’를 보면, 식품 생산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 우기명과 함께 세미나에 간 이주노동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세미나 장소에 도착해 담배 자국이 눌어붙고 파리가 휘날리는 남루한 숙소를 배정받는다. 우기명을 비롯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숙소를 보고 모두 실망하지만, 이 이주노동자는 “캅캅캅!!!” “우리 회사 최고다” “죽을 때까지 다닐 거다” “세미나 온 게 어디냐!!!”라고 말하며 감탄한다. “캅”이라는 표현을 반복한 건 태국어에 “사와디캅”이라는 인사말과 “코쿤 캅”이라는 감사 인사 등이 쓰인다는 점을 두고 태국인들의 말투를 희화화한 것이다.
이어서 등장한 중국 출신 노동자가 인형 뽑기를 하다가 주먹으로 기계를 때려 부순 뒤 피를 철철 흘리는 손으로 인형을 들고 좋아하는 모습을 그린 장면도 등장했다. 아울러 식품 생산 중소기업 대표를 맡은 캐릭터가 세미나 저녁 행사에 잠옷 바람으로 올라와 회사 비전이 없느냐는 물음에 “내 인생도 모르겠는데 무슨 비전이냐”고 답하고, “업무시간 빼서 온 거니까 고마운 줄 아세요”라는 인사말을 하는 장면도 있었다.
웹툰작가 기안84의 복학왕 세미나2편의 한 장면. 네이버 웹툰 갈무리.
누리꾼들은 이주노동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웹툰 댓글에 “생산직 무시도 문제지만 인종차별이 너무 노골적이다. 캅캅거리면서 더러운 숙소를 보고 좋아하는 모습…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이 만화 보게 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sung****)고 지적했다. 이 댓글은 2만5천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에 대한 풍자”라는 반박이 나왔지만, 이에 대해 “뭔 놈의 현실풍자인가. 그럼 동남아시아 사람 와서 캅캅 거리고 중국 옌볜 사람이 장난감 뽑기 기계 부수고 난리 치는 게 풍자인가? 옛날에 시커먼스로 흑인 비하하는 거에서 발전이 1도 없다. 미국 만화에서 한국인이 등장해 김취김취 말하면서 좋아하는 거 그려도 아무 말 안 할 건가?”(orcs****)라는 재반박도 나왔다. “얼마 전에도 욕을 드셨는데 또 이런 만화를 그렸느냐. 이런 만화를 그리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 번쯤은 생각해봤으면 한다”(ljw6****)는 비판도 나왔다. 생산직 노동에 대해서는 “밑으로 12살짜리 어린 동생이 있다. 아버지가 부끄러워서 학교 발표 시간에 울었다고 한다. 아버지 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한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 웹툰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찾아보니 (기안84)가 그렇게 생각할 만한 내용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dsf7****)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안84의 웹툰이 연이어 소수자 비하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기안84의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는 “웹툰은 네이버 관할”이라며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네이버 웹툰 쪽 관계자는 “웹툰에 나오는 표현의 정도에 대해서 작가와 신중히 상의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작가에게 가이드라인을 주거나 표현을 강제하긴 어렵다. 검열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기안84는 지난 7일 연재한 ‘복학왕 248화 세미나1’에서도 청각장애인을 말과 생각 모두 어눌하게 하는 존재로 묘사해 공분을 산 바 있다. 해당 회차에 등장하는 청각장애인 여성은 닭꼬치를 사 먹으며 “닥꼬티 하나 얼마에오?”라고 묻고, ‘비싸네… 하나만 머거야디’, ‘마이 뿌뎌야디’, ‘딘따 먹고 는데’ 등과 같이 생각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희화화했다. 이는 명백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의한 법률’에 해당하는 장애인 차별행위”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기안84는 같은날 “작품을 재밌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다”고 해명하며 사과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