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 중 업체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뒤 현지에서 치료를 받다 귀국한 여행객에게 ‘여행사에서 체류비, 귀환비용, 국제전화요금을 부담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해외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 후 급성 정신병을 앓게 된 황아무개씨가 여행사 ’노랑풍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뉴질랜드 체류비, 귀환비용, 국제전화요금을 여행사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환송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은 “여행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상해를 입은 경우 그 계약상 여행업자의 여행자에 대한 국내 귀환운송의무가 예정돼있고 여행자가 국내로 귀환할 필요가 있다면 귀환운송비 등 추가적 비용은 통상손해 범위에 포함된다“, “원고가 해외에서의 치료와 국내 귀환 과정 등에서 추가로 지출한 체류비와 국제전화요금 등의 비용도 통상손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황씨는 2016년 3월 노랑풍선 패키지상품으로 어머니와 함께 호주, 뉴질랜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황씨 일행을 태운 관광버스가 접촉사고를 냈는데, 버스가 급정지하면서 황씨는 앞 좌석에 머리를 부딪쳤다. 황씨는 머리 통증을 호소했으나 여행 일정은 그대로 진행됐다.
이후 황씨는 급성정신병장애, 급성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렸고 갑자기 아버지가 사망했다며 전화통화를 요청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이다 발작을 일으켰다. 현지 병원으로 후송돼 15일 가량을 입원 치료를 받았고 한국의 해외환자이송업체를 통해 귀국할 수 있었다. 이듬해 12월 황씨는 “고객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여행사를 상대로 치료비와 체류비, 귀환비용 등 4800여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여행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통사고로 인해 정신병 장애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며 여행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심은 여행사의 책임이 20%라고 판단해 뉴질랜드와 국내에서 지출한 치료비, 뉴질랜드에서의 병원 후송비의 20%인 410여만원을 황씨에게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뉴질랜드 체류비용과 귀환비용, 국제전화요금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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