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크리에이터 사교육 학원들. 누리집 갈무리.
전화를 걸자 대뜸 나이를 물었다. 이어서 “직장인이냐”고 묻더니 “주말반도 있고 평일반도 있다”고 했다. “유튜버 시작 단계인가”라고 물어와 “계정만 있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긴 설명이 이어졌다.
“유튜버를 하려면 2가지 부분에서 고민해야 해요. 하나는 영상편집부터 배우는 것, 다른 하나는 콘텐츠 방향을 컨설팅받아서 기획부터 고민하시고 영상편집을 배우는 거예요. 저희는 커리큘럼을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봤는데, 상담하시는 분이 어느 쪽 순서로 배워 나가는 게 좋은지 선택하면 됩니다. 컴퓨터 학원에서도 유튜버 과정 많이 만드는데, 거기는 말 그대로 컴퓨터 학원이고 유튜브 전문가들은 아니죠. 저희는 완전히 유튜브 채널을 키워드리는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합니다.”
자세한 설명에 흥미를 드러내자 신난 상대는 자신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도 사실 유튜버예요. 저희가 교육도 하지만, 사실 소속된 크리에이터가 많아요. 교육생이 되면 오픈을 해드리겠지만, 연예인도 있고 인기 유튜버도 있어요. 그분들의 노하우를 알려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채널을 만들면 저희는 성장까지 이끌어드립니다. 유튜브 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은데 구독자 100명을 못 모아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아마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디테일하게 이끌어드리는 거는 저희가 최초일 거예요.”
레벨 테스트도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저희가 엠시엔 기업(인터넷 스타를 위한 기획사를 일컫는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Multi Channel Network)이에요. 진짜 역량이 뛰어나고 빨리 구독자를 모을 수 있는 분들은 장학금 혜택도 주기 때문에 간단한 레벨 테스트를 하죠.”
전화 상대는 부산에 있는 한 크리에이터 학원이다.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에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오르고, 티브이(TV) 프로그램에도 이른바 ‘유튜브 셀럽’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시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전문 사교육 시장이 우후죽순 커지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전문 양성학원은 성공한 유튜브 개인 방송 운영자로 거듭나기 위한 자질을 기초부터 하나하나 교육하는 콘셉트의 기관이다. ‘크리에이터 전문 사관학교’ ‘크리에이터 아카데미’와 같은 이름을 붙이고 개인별 맞춤 교육을 진행한다. 기존의 대형 컴퓨터 학원 체인이 교육 과정에 ‘유튜버 되는 강의’ 등을 추가해 유튜브 채널 개설과 운영을 돕기도 하지만, 이들보다 전문적으로 유튜브만 앞세워 교육하거나 아예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까지 총괄하는 학원형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양성학원만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곳에선 유튜브 영상편집과 같은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방송 종류에 따른 콘셉트와 이미지 컨설팅처럼 유튜브 크리에이터 정체성 심기 작업도 이뤄진다. 실제로 지난해 초 문을 연 서울 소재의 ‘ㅇ크리에이터 사관학교’가 공개한 커리큘럼을 보면, △개인 브랜드 컨설팅 △스타 크리에이터 분석 △현재 웃음 트렌드 분석과 같은 강의들이 나온다. 이 학원 관계자는 “교육을 시작할 때 수강생의 희망 콘텐츠를 조사하고, 수강생의 캐릭터에 맞게 영상을 코칭해준다.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법이나 캐릭터에 적합한 유머코드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대구에서 개업한 ‘ㄷ유튜버 아카데미’ 관계자도 “유튜버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콘셉트를 잡아주고, 디테일하게는 저작권법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떤 음악을 써야 하는지, 영상 밑에 해시태그를 몇 개 붙여야 구독자가 느는지까지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형 기업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에이전시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수강생이 채널을 연 뒤에도 영상 제작 등을 코칭해주는 식이다. ㅇ크리에이터 사관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에이전시 과정반을 시작했다. 채널을 개설하고 난 뒤에도 피드백을 주고 유튜버로서 활동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에이전시 형태로 이뤄지는 학원과 그러지 않은 일반 학원을 포함해, 크리에이터 전문 학원들의 한달 수강료는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만원이 넘는 수강료를 내며 학원에 다닌다고 유명 유튜버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학원을 찾는 수강생은 날로 증가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초 유튜버 강의를 추가로 개설한 ㅅ아카데미 컴퓨터 아트학원 체인 관계자의 설명을 보면, 강의가 개설된 이래 매달 10~20%가량 수강생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ㅇ크리에이터 사관학교 관계자도 “일부 수업은 신청자 중 10명 정도만 선발해 소수 정예로 운영하는데, 70~80명가량 되던 신청자 수가 현재는 100~120명 정도로 늘었다. 신청자가 늘어 수업 인원도 최대 15명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ㄷ유튜버 아카데미에 다니며 유튜브 채널 ‘뭉순임당’을 운영한다는 전명선(26)씨는 개인 방송을 위해 학원까지 찾는 이유에 대해 “적은 돈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질 좋은 영상에 필요한 장비나 팁을 다양하게 제공해준다. 들인 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많고 충분히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평론가는 하재근씨는 “성공한 유튜버가 엄청난 소득을 올리는 게 여러 매체에 나오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희망 직업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졌다. 개인 방송을 통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학원까지 찾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튜브로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고소득을 올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큰돈과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로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학원비를 내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평론가도 김성수씨도 “‘유튜브를 하면 돈이 된다. 내가 이 정도는 투자해도 나중에 더 나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와 같은 인식 때문에 학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