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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용균 묘역 모인 시민들 “산안법, 살인기업 단죄하기엔 부족”

등록 2019-04-28 14:10수정 2019-04-28 20:18

“노동자 죽음은 사고 아니라 ‘기업 살인’…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필요”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2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동지 묘비 및 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아들이 살아생전 태안화력발전소 안에서 자전거 타던 모습을 형상화한 추모조형물을 어루만지고 있다. 남양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2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동지 묘비 및 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아들이 살아생전 태안화력발전소 안에서 자전거 타던 모습을 형상화한 추모조형물을 어루만지고 있다. 남양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28일 오전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고 김용균씨 묘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으로는 김용균씨와 같은 죽음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며 별도의 법 제정을 다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는 이날 김씨 묘비와 추모조형물 제막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땅히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기업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정부의 책임 방기가 우리나라 산재사망의 핵심이자 본질”이라며 “노동자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기업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그러면서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산안법 전면 개정으로도 ‘살인기업’을 단죄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우리에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양주/백소아 기자
2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양주/백소아 기자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11일 새벽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야간 순찰 업무를 하던 도중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씨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를 상징하는 사회적 사건이 됐고 이 사건을 계기로 28년 만에 산안법이 개정된 바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산안법 개정안과 지난 22일 고용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산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용균씨가 일하던 전기사업 설비의 운전 및 설비의 점검과 정비 업무, 긴급 복구 업무가 정부의 도급 승인 대상에서 빠진 점,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건설 기계의 종류에도 굴착기, 트럭류, 이동식 크레인, 지게차 등 사고를 많이 일으키는 장비들이 빠진 점 등으로 인해 개정안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산안법 전면 개정으로 원청 책임 강화와 사업주 책임을 강화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업주 처벌을 1년 이상으로 하는 하한형 조항은 끝내 사라져버렸다. 정부의 엄한 책임자 처벌이라는 이야기는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들은 “2016년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평균 벌금액은 432만원에 불과하고, 지난 10년간 산재사망 사고를 당한 사업장 책임자 중에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전체의 0.5%에 불과하다”며 “이런 쥐뿔만한 벌금이 아니라 대표이사가 처벌받고, 기업이 상상 이상의 벌금을 받아야 기업은 노동자 죽음의 무거움을 인지하고 안전을 위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에 고 노회찬 의원과 몇몇 국회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들이 있지만 제대로 된 법안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법안 제정을 위한 조속한 움직임을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고 노회찬 의원이 2017년 4월께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4.16연대, 민주노총, 노동 안전 관련 단체들이 모여 마련한 법안으로, 이를 원안 그대로 노 의원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거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종사자,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이 숨지게 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게 이 법안의 골자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앞서 지난 2월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역시 이 법의 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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