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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무현 정부의 교훈? 청와대가 이미선 임명 강행한 까닭

등록 2019-04-19 15:29수정 2019-04-19 16:03

[한겨레21]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한 청와대의 속내는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4월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4월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이 이미선 후보자를 살렸다.’ 청와대가 보수야당의 반발을 일축하고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과거 노무현 정권이 야당의 공격으로부터 전효숙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를 지키지 못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을 자초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청와대의 강수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주식투자, 불법성은 안 드러나

2006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했다. 청와대는 헌재소장 6년 임기 보장을 위해 재판관 임기가 남은 전 후보자에게 재판관을 그만두도록 했다. 이는 대법원의 유권해석에 따른 조처였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은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전 후보자 임명에 제동을 걸었다. 야당의 반대는 생트집에 가까웠지만 여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도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헌재소장 공석 장기화와 여야의 극심한 대치에 부담을 느낀 전 후보자가 청와대에 지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3개월 동안 계속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국 주도권은 완전히 야당으로 넘어갔다.

청와대는 야당이 제기한 이미선 재판관 부부의 ‘주식투자 의혹’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재판관 남편의 ‘몰빵 투자’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부담되긴 하지만 야당이 제기한 불법 의혹에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이 재판관 부부가 단기간에 거액의 차익을 남기거나 손실을 회피한 흔적도 없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서 불법행위로 드러날 게 없다는 것이다. 금융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검찰 수사로도 밝히기 어렵다. 명확한 단서가 없으면 수사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력이 다소 짧긴 하지만 이 재판관에 대한 법조계의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먼저 이 재판관의 ‘스펙’은 여성 등 소수자를 대변하는 헌법재판관으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다. ‘서울대 출신, 남성, 50대’라는 과거의 ‘재판관(대법관 포함) 선출 공식’을 깨고 헌재 구성을 더욱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실력도 뒷받침된다. 사법연수원 성적이 좋아 첫 근무지가 서울지법(현 서울중앙지법)이었고, 엘리트 법관의 필수 코스인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5년이나 지냈다. 재판연구관은 처음 2년 근무를 마친 뒤 좋은 평가를 받아야 근무를 연장할 수 있다. 이 재판관은 특히 노동법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진보 성향 대법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내가 대법관으로 일할 때 그가 작성한 보고서를 많이 봤는데 실력이 뛰어났다. 나 말고도 그를 칭찬하는 대법관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 전 대법관은 4월14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난다고 누가 단언하는가’라는 글을 올려 “강원도 화천의 이발소집 딸이 지방대를 나와 법관이 됐다. (여성이 아니더라도) 법원 내 최우수 법관 중 하나다”라며 그의 임명에 힘을 실어줬다.

스펙은 충분, 짧은 재판 경력은 흠

이 재판관의 자질을 평가하기엔 그의 재판 경력이 너무 짧다는 반론도 있다. 이 재판관은 2015년 재판연구관을 마친 뒤 수원지법 부장판사에 임명된 5년차 지법 부장판사다. 법원 고위직을 지낸 한 변호사는 “지법 부장판사 5년차면 이제 막 의미 있는 판결을 생산할 때다. 최고 재판소의 재판관에 적합한지 평가하기엔 (경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 재판관은 청문회 당시 주요 판결이나 논문이 거론된 게 없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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