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3월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러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법농단’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관 해외공관 파견을 위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사건에 외교부 입장을 반영했다는 의혹을 두고, “썸 탄 것을 불륜이라 확대해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열린 가운데, 임 전 차장은 검찰쪽 서류증거 의견을 반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임 전 차장은 “저와 외교부 관계자 모두 강제동원 사건과 법관 재외공관 파견문제를 대가관계로 생각하지 않았다. ‘두 가지를 연계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외교부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검찰 주장은) 남녀 간의 썸만 타고 있는데, 확대해석해서 불륜관계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전 차장은 법관의 해외 파견 자리를 얻어내기 위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손해배상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과거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만든 문건을 보면 “BH(청와대) 협조요청사항. 재외공관 법관 파견에 적극 협조 외교부의 긍정적·전향적 태도 유도”라는 대목이 나온다. 2006년부터 대법원은 사법 교류를 목적으로 ‘사법협력관’ 제도를 만들어 해외에 판사를 파견해왔지만 2010년 중단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법관 파견을 확대해달라는 취지로 외교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외교부에 유리한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도입했다고 본다. 2013년 실제로 주유엔 대표부와 주제네바 대표부, 네덜란드 대사관 등에 파견이 재개됐다.
이날 검찰이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설득하기 위한 대응전략을 고민했다는 문건을 제시하자, 임 전 차장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서 협조를 부탁하려면 원만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감을 피력해야 한다. 이건 원론적 대화의 방법이나 기술에 해당하는 것이다.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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