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만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헌법재판관에 임명된다면, 생의 대부분을 지방에서 살아온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헌법에서 선언한 지방분권의 가치가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이루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54·연수원 18기)가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인사 말씀’을 통해 지역불균형 해소와 지방분권을 강조했다.
문 후보자는 1965년 경남 하동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와 사법연수원에서 보낸 6년을 제외한 48년을 지방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27년의 판사 생활도 부산·경남 지역에서만 했다. 문 후보자는 이렇게 지방에서의 삶을 소개하며 “지방에서 살아보니 우리나라의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중앙집권화로 인해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의 뜻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는 때가 많았다”라며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을 달성한 2019년의 대한민국에서 지역불균형 해소는 시급하고도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에서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할 것을 선언하고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제8장에서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9장에서 국가에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육성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헌법의 의지가 법전의 장식이 아니라 현실의 힘이 되기 위해서는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대폭 지방에 넘기는 분권이 이뤄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자는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독지가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그를 통해 배운 가치관을 소개했다. 김 이사장은 경상남도 진주의 대표적인 독지가다. 한약방 남성당 경영을 통해 번 돈으로 명신고등학교를 건립하고 수백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백정의 신분해방을 요구한 형평운동기념사업회를 결성하고 진주오광대복원사업 등을 했다.
문 후보자도 김 이사장으로부터 대학교를 마칠 때까지 장학금을 받아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문 후보자는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라고 한 선생의 말씀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돌아봤다. 이어 “법관의 길을 걸어온 27년 동안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사회에서 올바로 관철되는 길을 찾는 데에 전력을 다했다. 선생의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길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더라도 지금까지 간직해 온 초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후보자는 진보 성향의 학술단체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논란을 의식한 듯 “학술단체에 가입했을 뿐 결코 정치적 이념을 추구해 단체에 가입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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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가 정회된 후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회의 속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