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강원도 산불은 초기에 꺼졌지만…보완 필요한 재난대응 시스템

등록 2019-04-08 16:57수정 2019-04-08 22:03

“기후변화로 산불 연중화 추세 이어져”
방화수림대, 야간헬기 등 예방책 필요
이재민 황정식(84) 할머니 가족들이 지난 7일 오후 지난 산불에 모두 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집을 찾아 잿더미 속 쓸 만한 살림살이가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 황 할머니는 방바닥 장판 밑에 보관하던 현금과 반지 등 귀중품을 하나도 챙기지 못한 채 급히 몸을 피했으나 이날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고성/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민 황정식(84) 할머니 가족들이 지난 7일 오후 지난 산불에 모두 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집을 찾아 잿더미 속 쓸 만한 살림살이가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 황 할머니는 방바닥 장판 밑에 보관하던 현금과 반지 등 귀중품을 하나도 챙기지 못한 채 급히 몸을 피했으나 이날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고성/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부가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 등에 들이닥친 이번 대형 산불 진화에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기후변화 등으로 해마다 위험도가 커지고 있는 대형 산불을 미리 예방하거나 초기에 진화하기 위한 재난대응 시스템 보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봄철에 집중됐던 산불이 점차 겨울과 여름 등에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인력 확충과 매뉴얼 강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장은 “지난 3년 사이 1월과 6월에 산불 발생이 늘어나는 등 과거 4월 초·중순에 집중됐던 산불이 연중화하는 추세”라며 “과거보다 봄철 강수량이 줄어들고, 5~6월 평균기온은 급격히 올라가면서 습도가 떨어지다 보니 산림의 수분 함량이 낮게 유지되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의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를 발령해 해당 지역 공무원들이 산불에 대비한 비상근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강원도는 이번 산불 발생 9일 전인 지난달 26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한 단계 상향됐다. ‘경계’ 경보가 떨어지면 시·군·구 지자체 공무원 6분의 1이 비상대기에 돌입한다.

산불 경보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지형, 해당 지역 나무 종류, 기상 등을 종합해 측정한 ‘산불위험지수’에 따라 발령된다. 해당 지역 면적의 70% 이상에서 이 지수가 66을 넘으면 ‘경계’ 단계가 발령된다. 강원도에서는 지난달 26일 산불위험지수가 78.2를 기록해 ‘경계’ 경보가 발령됐다.

이 때문에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내다 늦은 복귀 논란을 빚은 김철수 속초시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더욱 크게 비판받고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지난 겨울 강원도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에 그쳐 건조한 기후가 계속됐는데, 전날 ‘태풍급 강풍’ 일기예보가 나온 만큼 산불 가능성이 컸다”며 “2005년 양양, 2017년 삼척·강릉 등의 산불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 진화작업 1차 책임자인 시장이 관할지역을 벗어났다는 것 자체가 일선 현장의 산불 대응체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에 따른 비상근무 체제와 함께 ‘방화수림대’ 조성 필요성도 예방 정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강원도 산림에 주로 분포하는 침엽수인 소나무의 솔잎에는 기름 성분이 20% 함유돼 이번과 같은 산불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산림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8 임업통계연보’를 보면, 2015년 기준 강원도 내 침엽수림은 43만6591㏊로 전체의 31%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최소한 사람이 사는 주택이 산불에 타는 걸 막으려면 민가 주변 일정 거리에 불에 강한 활엽수 등으로 ‘방화수림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산과 거리가 가까운 민가 주변에는 최소 50m의 안전거리에 방화수림대를 만들면 산불이 집 쪽으로 빠르게 번지는 걸 막을 수 있다”며 “또는 불에 취약한 침엽수를 아예 벌채해 일정 공간에 나무를 심지 않는 것도 방화 전략상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단기간 내에 나무를 베어내면 산사태의 위험이 커지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산불 재난에 대비한 필수 장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부족한 장비가 산불 진화를 위한 소방헬기다. 이번 산불의 경우 정부가 산불 진화에 총력 대응을 지시해 군 헬기 23대를 비롯한 헬기 110여대가 진화작업에 투입됐지만,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전국 47대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임차한 헬기 66대를 포함하더라도 정비에 들어가는 헬기 숫자 등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소형 헬기의 경우 초속 25m 이상의 바람이 불 때는 운항이 어려운 만큼 가능하면 대형 헬기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소방방재학과)는 “대형 헬기일수록 더 많은 양의 물을 나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헬기를 구매할 계획 있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대형 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의 경우 군 헬기를 좀더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 전문위원은 “산불방지 특별대책 기간만이라도 군의 주력 수송헬기인 유에이치(UH)-60 헬기 등을 산림청에 배속해 군 조종사들의 산불 진화 훈련 실시를 모색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공하성 교수는 “군에서 산불 진화 훈련을 받지 않는 만큼 산림청에서 군 조종사와 함께 훈련을 해 합동 진화 경험을 쌓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야간 진화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헬기의 도입을 놓고는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서재철 전문위원은 “정찰 목적의 야간헬기를 구비할 순 있겠지만, 밤에 산불을 끄기 위해 야간헬기를 활용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헬기 조종사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하성 교수 역시 “현재 국내에서 없는 야간헬기 장비를 갖출 필요성은 있지만, 아무리 뛰어난 장비라고 해도 야간헬기 운항은 주간보다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상성 전 경기도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화재진압용 쌍발 프로펠러 비행기인 봉바르디에 415 슈퍼스쿠퍼 구매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비행기는 기본적으로 헬기보다 안정적인 데다, 내부 물탱크에 최대 6140ℓ의 물을 저장할 수 있고, 수륙양용이어서 물을 소진한 뒤 근처 호수나 강 등에서 물을 채우고 다시 화재 현장으로 투입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담은 이유진 기자 s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도이치 주범 “주가조작은 권오수·김건희 등 합작품인 듯” 1.

[단독] 도이치 주범 “주가조작은 권오수·김건희 등 합작품인 듯”

오늘 오전 11시45분, 입시비리·감찰무마 혐의 조국 대법원 선고 2.

오늘 오전 11시45분, 입시비리·감찰무마 혐의 조국 대법원 선고

[단독] 김용현 “윤석열, 직접 포고령 법률검토 했다” 3.

[단독] 김용현 “윤석열, 직접 포고령 법률검토 했다”

윤, 김용현·경찰 투톱과 안가 회동…군·경 동원 내란 기획 4.

윤, 김용현·경찰 투톱과 안가 회동…군·경 동원 내란 기획

[단독] 윤, 조지호에 6차례 ‘의원 체포’ 지시…계엄 해제 뒤 “수고했다” 5.

[단독] 윤, 조지호에 6차례 ‘의원 체포’ 지시…계엄 해제 뒤 “수고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