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성폭력 문제 등을 고발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과 청소년인권단체 회원들의 기자회견 모습(왼쪽 사진)과 수원 ○○여자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을 알리는 국민청원 글(오른쪽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경기도 수원의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고 나섰다.
8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수원시 소재 ㄱ여고 학생들은 지난 6일 트위터에 ‘수원 ㄱ여자고등학교 공론화’ 페이지를 만들어, 이 학교 교사 ㄴ씨에 의한 성희롱 피해 사례를 폭로했다. 8일 오후 3시 현재까지 이 페이지에 올라온 제보는 모두 20여건에 달한다. 같은 내용의 피해 사실을 적어 8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올라온 지 하루도 안된 상태에서 9천명 이상이 동의를 누른 상태다.
제보된 내용을 보면, ㄱ여고 소속 교사 ㄴ씨는 수년 동안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학생은 “ㄴ선생님은 평소 농담이라면서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해왔다. 담요를 두른 학생에게 ‘여기가 수원역 집창촌이냐’고 희롱했고, 화장을 하고 다니는 여학생에게 ‘창녀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한 졸업생은 “ㄴ선생님은 저희 반 수업에 들어오셨던 첫날, 화장실에 가겠다는 학생에게 ‘생리하냐’고 물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학생의 몸을 보고 ‘골반이 넓어 애를 순풍순풍 잘 낳겠다’고 했다” “다리를 꼬고 앉은 학생에게 ‘섹시하게 앉았다’고 말하더라” “교복을 단정히 입지 못한 학생에게 ‘누가 보면 남자 교사가 너에게 뭔짓을 한 줄 알겠다’고 발언했다” 등과 같은 해당 교사에 대한 폭로가 쏟아졌다. ㄴ교사는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하면 “소통하기 위한 농담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이 교사의 성희롱에 대한 교육청 신고가 이뤄지는 등 여러 차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학교가 안일한 대처로 일관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재학생은 <한겨레>와의 트위터 대화에서 “지난해 말 ㄴ선생님의 성희롱에 대해 교육청에 신고가 들어갔고, 교원평가를 통해서도 신고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ㄴ선생님은 교장과 면담도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이듬해인 2019년 학생부장을 맡았고 성희롱 발언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은 그러면서 “성희롱을 한 ㄴ선생님은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훈계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ㄱ여고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교장·교감이 (해당 교사에게) 언행 같은 것을 주의하라고, 사실 여부를 떠나 학생들이 상처를 받았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고 해명했다.
사건이 공론화하면서, 교육 당국도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섰다. 수원교육지원청은 이날 해당 학교를 찾아 ㄴ씨의 성희롱성 발언 등 폭로 내용과 관련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글과 트위터 제보 글을 통해 내용을 접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 관계자들과 이야기 해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파악된 사실에 따라 향후 조처 방향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ㄱ여고 쪽도 “대책회의를 해 향후 조사 계획을 논의했고 담당 경찰관, 교육청 관계자와 조사를 위한 설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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