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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독교인만 교직원” “성소수자 안돼”…숭실대, 인권위 권고 무시

등록 2019-04-05 15:07수정 2019-04-05 22:31

차별 채용 말라는 인권위 권고 불수용 뜻 거듭 밝혀
지난 1월엔 성소수자 탄압 시정하라는 권고도 무시
“기독교 정신이란 이름으로 차별 정당화한다” 지적
숭실대학교 캠퍼스 모습. 숭실대학교 누리집 갈무리.
숭실대학교 캠퍼스 모습. 숭실대학교 누리집 갈무리.
신입 직원의 지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한정해 차별 채용 논란이 인 숭실대학교가 “자격 제한을 두지 말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를 수용 거부했다. 숭실대는 이번 사건 외에도 교직원 차별 채용, 성소수자 탄압과 관련된 인권위의 권고를 여러 차례 무시한 경력이 있다.

인권위는 5일 “교직원을 뽑을 때 지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는 것은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인권위 권고에 대해 숭실대가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는 2017년 10월 한 진정인이 “숭실대가 교직원을 뽑을 때 기독교 교인증명서나 세례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해 차별 채용을 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내면서 시작됐다. 인권위는 이듬해인 2018년 12월 숭실대에 종립학교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교직원의 지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이 권고에 대해 숭실대는 “법인의 설립 목적은 ‘기독교 신앙과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에 의거해 국가와 사회 및 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유능한 지도적 인재를 양성함’에 있기에 이 목적 달성을 위해선 모든 교직원의 지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며 불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숭실대가 인권위의 교직원 차별 채용 시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권위는 2015년 6월에도 학교법인 숭실대에 교직원 채용 시 종교를 이유로 자격 제한을 두는 정관의 관련 개정을 규정하고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숭실대는 같은 해 8월 인권위 권고에 대한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당시에도 학교법인 숭실대는 “기독교 가치체계와 세계관과 생활관을 갖게 하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교직원이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숭실대는 성소수자 탄압 논란을 둘러싼 인권위의 권고도 무시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15년 숭실대 학내 성소수자모임 ‘이방인’이 성소수자의 결혼식 과정을 담은 다큐 영화를 상영하려다 학교 쪽에 의해 제지당한 사건이 있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지난 1월7일 “성소수자 관련 영화를 상영한다는 이유로 학교시설 대관을 불허한 행위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행위”라며 황준성 숭실대 총장에게 “앞으로 대관 시설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같은달 28일 황 총장은 ‘동성애·동성혼 합법화반대 전국교수연합’(동반교연)이 연 학술포럼에서 “일제의 신사 참배에도 굴하지 않았던 대학의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국가의 도덕과 인권이 상실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소수자 탄압을 일제의 억압에 저항했던 정신과 동일 선상에 놓고 견준 것이다. 게다가 숭실대는 인권위 권고가 내려진 뒤인 지난달 28일에도 “대학 설립 이념에 어긋난다”며 ‘숭실에 오신 비/성소수자 모두를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의 이방인 홍보 현수막 설치를 불허하기도 했다.

숭실대가 차별적인 학교 방침을 시정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매번 불수용하자 학교 안팎에서는 “학교가 몽니를 부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심기용(25) 대학 성소수자모임연대(QUV) 활동가는 “숭실대는 이른바 ‘기독교 정신’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평등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헌법정신도 부정하는 것이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심 활동가는 그러면서 “숭실대의 이 같은 행보가 하루이틀도 아닌데 총 책임자라 할 수 있는 교육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숭실대 성소수자 동아리 ‘이방인’도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숭실대 당국은 인권위의 결정을 부정하며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를 계속하겠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제 오연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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