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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독일 ‘호른바흐’사 인종차별 여혐 광고에 누리꾼 저항 캠페인 벌인다

등록 2019-04-03 14:45수정 2019-04-03 14:49

아시아 여성, 백인 남성 체취에 황홀해하는 광고
“인종차별이자 여성혐오” 아시아 누리꾼들 분노
광고 삭제 촉구 서명 운동에 2만명 가까이 참여
인종차별과 여성혐오 논란이 인 호른바흐사의 광고 갈무리.
인종차별과 여성혐오 논란이 인 호른바흐사의 광고 갈무리.
디아이와이(DIY·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만드는 것) 등 가정용품을 생산하는 독일 기업 호른바흐(Hornbach)사의 광고가 아시아 여성에 대한 혐오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광고 삭제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벌어지는 등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문제가 된 광고에는 백인 남성의 옷에 묻은 체취를 아시아 여성이 맡은 뒤 황홀해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땀 흘려 일한 백인 남성들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연구자’ 복장을 한 이들에게 건네주면, 이 옷이 진공포장 돼 한 지역의 자동판매기에 진열되고, 아시아 여성이 이를 구매해 옷에 베인 냄새를 맡는다는 내용이다. 광고에 나오는 여성은 포장된 옷에 얼굴을 묻고 눈을 뒤집으며 황홀감을 느끼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장면과 함께 독일어로 ‘이게 봄내음이지’라는 자막이 나온다.

이 같은 광고가 지난달 15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된 뒤 호른바흐사에 대한 아시아권 누리꾼들의 비난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 누리꾼들은 아시아 여성이 백인 남성의 체취를 접하고 황홀해 하는 내용의 광고는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3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에서는 호른바흐사의 광고를 두고 “혐오를 생산하는 광고다”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을 동시에 겪은 상황을 표현할 말이 없었는데 ‘호른바흐 당했다’로 통칭하면 될 것 같다”와 같은 한국 누리꾼들의 반응들이 올라왔다. 일본 누리꾼들도 호른바흐사의 광고를 두고“모욕적이고 어리석은 짓이다” “아시아 여성이 왜 성적 재료로 소비돼야 하느냐” “이게 정말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백인 우월주의”라고 비판했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던 비난은 실질적인 항의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0년부터 독일 쾰른에서 살며 매체문화학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강성운씨의 주도로, 에스엔에스에서는 호른바흐사를 규탄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광고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게시글과 함께 ‘나는 호른바흐 당했다’는 의미의 #Ich_wurde_geHORNBACHt 해시태그를 다는 캠페인이다. 강씨는 이와 함께 문제가 된 호른바흐사의 광고 삭제와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책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서명 소개 글에서 강씨는 “(광고에서) 이 아시아 여성은 오로지 백인 남성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도구로만 등장하고, 이 광고로 독일에 사는 아시아 여성의 일상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일 오후 1시 기준 2만명 가량이 이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호른바흐사의 에스엔에스 광고 계정을 신고하거나 직접 사쪽에 항의 전화를 걸자는 움직임 또한 나오고 있다.

비난이 거세게 일자 호른바흐사는 지난달 29일 공식 트위터에 입장문을 내고 “우리의 광고에 화가 나고 아픔을 느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Ich_wurde_geHORNBACHt 캠페인을 벌이는 분들을 초청해 열린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씨 등 해시태그 운동을 벌인 누리꾼들은 “이미 열린 공간에서 수일간 거짓말과 무시를 해온 호른바흐사를 신뢰할 수 없다. 해시태그 운동의 주체는 수백만 아시아 여성”이라는 이유를 들며 열린 대화에 참석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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