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범죄행위를 신고한 게 명예훼손이 될까요.”
4·3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오아무개씨의 ‘기자 매수’ 의혹을 알린 김숙중 한려투데이 기자가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지난달 23일 오씨는 김숙중 기자를 통영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50만원이 담긴 돈봉투를 건넸습니다. 9일 뒤인 4월1일, 김 기자가 고심 끝에 오씨를 선관위에 고발하면서 사건이 알려지게 됐습니다.
오씨는 2일 ‘명예훼손’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영고 축구부 후원회 간사와 고문 자격으로 (해당 기자와) 정기적으로 만났으며, 후원회 격려금 차원이었다”는 해명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김 기자가 “범죄행위를 신고한 게 명예훼손이냐”라고 반박한 겁니다.
지역 유지로 알려진 오씨는 정점식 후보와 관련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실제 김 기자가 지난달 23일 녹음한 녹취록을 보면 오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점식은 내가 모시던 지청장이다...그 전부터 아시던 분이었다. 나와 관계가 특수관계다.”
김 기자의 기사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왜 그리 (기사를) 긍정적이지 않고 부정적으로 그래 갖고 있노.”
김 기자는 23일 오씨를 만나기 전, 이번 보궐선거와 관련된 기사를 썼습니다. TV 토론회를 다룬 <“진짜배기가 누군지 가린다” 명운 가를 3번의 방송토론회> 등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사를 썼다”고 김 기자는 말했는데요. 해당 기사를 비롯한 김 기자의 기사에 관해 오씨는 “신인(정점식 후보)한테는 더 잘해야지”라며 정 후보에 호의적인 방향으로 기사를 써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뒤이어 오씨는 김 기자에게 돈봉투를 건냅니다.
“아무튼 선거 얼마 안 남았지만 특별히 후배지만 좀 도와주고…잡비로 써라. 괜찮다. 개인적으로 주는 거다.”
김 기자는 돈봉투를 받고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분이 영향력이 좀 있는 분이니까 제가 고발해서 그분에게 대단한 불이익이 간다면, (저를) 집단적으로 왕따를 시킨다든지 몹쓸 놈으로 만든다든지. 흔히 그런 부분들 있지 않습니까. ‘그거 신고했다가는 앞으로 우리 이 지역에서 우째 살아가려고 그러노' 이런 부분 때문에 집사람하고 언쟁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나 결국 “푼돈에 영혼이 팔리기 싫다”는 마음에 김 기자는 선관위에 오씨를 신고합니다.
“선거에 도와달라는 부탁하면서 돈 봉투 건네는 이런 일은 지역 여론을 호도하고 하는 일이니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