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택시 기사 복장 자율화가 실시된 지 6년 만인 2017년 11월부터 서울 법인택시 기사들의 지정복장제가 시작됐다. 서울시 제공
지정복을 입지 않은 택시기사에게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는 서울시의 규정이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시는 2017년 11월부터 법인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지정 복장 착용을 의무화했다.
3일 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을 보면, 법인택시 기사 5명은 지난해 서울시의 과태료 규정이 개인에게 보장된 복장의 자유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법인 택시 운수종사자가 서울시장이 정한 복장을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운송사업자에게는 과징금 10만원 또는 운행 정지를, 운수종사자에게는 과태료 10만원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의 ‘지정복장제’가 택시기사 복장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과도한 규제가 아닌 신뢰감 회복을 위함이라고 맞섰다. 서울시는 인권위 조사에서 2014년부터 택시서비스 개선과 택시 운수종사자들에 대한 신뢰감 회복을 위한 복장 개선방안이 논의돼 2017년부터 택시운수종사자 복장 개선 지원예산 1610만원을 반영해 법인택시 지정 복장 지원 명목으로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전액 교부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지정복 착용은 택시서비스의 기본 요소 중 하나”라며 “승객들은 개인택시보다 법인택시가 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대감과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 지정복장제가 법인택시 기사에게는 소속감과 직업의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서울시의 지정복장제가 택시 기사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택시 이미지 개선은 주로 택시 승차 거부, 난폭 운전, 요금 문제가 핵심이므로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지정복장 의무화만으로는 택시 이미지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불량한 복장을 규제하는 방식으로도 복장 규제가 가능한데 지정된 복장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는 서울시장에게,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들에게 지정된 복장을 입도록 의무를 부과하면서, 지정복장을 입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명령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수용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며 “오는 6월 중순까지 지정복장제를 위반한 택시회사에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던 사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승객의 안전을 위해 택시기사의 슬리퍼 착용, 모자 눌러쓰기 등에 부과하던 과태료는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연서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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