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판매 등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남양유업 창업자의 외손녀 황하나(31)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가 2015년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의 필로폰 유통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냈던 서울 종로경찰서의 수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는 내사에 착수했다.
지수대는 2일 “(당시)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명확한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수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종로서는 2015년 10월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대학생 조아무개(31)씨를 구속한 이후 같은 해 11월 황씨 등 7명을 조씨와의 공범 또는 개별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종로서는 2017년 6월 7명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황씨는 이후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한겨레>가 입수한 조씨의 판결문을 보면, 황씨의 이름은 모두 8번 등장한다. 조씨는 2015년 9월 서울 강남구 자신의 집에서 황씨로부터 30만원을 주고 산 필로폰 중 일부를 일회용 주사기에 넣고 생수로 희석해 자신의 팔에 주사하게 했다. 이처럼 조씨가 황씨로부터 산 필로폰을 황씨의 도움으로 투약한 행위는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모두 2차례 반복됐다. 이에 조씨는 황씨로부터 필로폰을 구입해 투약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16년 1월 법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종로서는 조씨에게 필로폰을 판매하고 조씨의 투약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황씨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황씨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심지어 황씨의 마약 관련 혐의는 2015년이 처음이 아니었다. 황씨는 2009년 12월에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지인의 차에서 지인들과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는데, 2011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사실상 마약 관련 상습범임에도 처벌을 두 번이나 석연치 않게 피하면서 당시 종로서가 대기업 외손녀를 ‘봐주기 수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종로서는 이에 대해 “2015년 당시 사건을 종로서 지능팀에서 수사한 것은 맞지만 당시 담당자가 발령이 나 현재 근무하고 있지 않아서 자세한 경위는 확인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당시 검찰이 황씨를 혐의 없음으로 처리한 것을 두고도 납득하기 어려운 처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이 조씨를 구속 송치한 지 1년7개월 뒤에 황씨를 송치했다. 경찰 의견이 ‘더 이상 수사를 계속할 만한 관련 증거를 확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어서 우리도 그렇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수대 관계자는 “아직 당시 수사기록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라며 “지금은 사건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상식적으로 볼 때 마약을 본인이 직접 사서 투약한 사람보다는 판매·유통시킨 사람이 처벌이 더 크다. 이 사건은 둘 다 무혐의를 받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로부터 사서 마약을 한 사람은 처벌받고, 판 사람은 처벌받지 않은 이상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판매한 사람은 그대로 두고, 투약한 사람만 처벌하는 경우는 없다. 대기업 외손녀라는 점이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임준태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도 “황씨의 이름이 판결문에 8번 등장하는데 투약 사범만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일반적인 수사 관행으로 봤을 때 판매책으로 추정되는 황씨를 경찰이든 검찰에서 미온적으로 수사한 것으로 보인다. 재조사가 필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쪽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황씨는 회사 경영과 무관하며, 황씨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오너 일가의 봐주기식 수사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 황씨 개인과 관련한 내용을 남양유업과 결부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오연서 최현준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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