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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혐오가 스웨그?” 이번에는 힙합 가수 김효은 여혐 가사 도마 위

등록 2019-04-01 10:20수정 2019-04-01 20:58

힙합 가수 김효은 신곡 ‘머니로드’, ‘강간’ 등 가사로 여혐 논란
누리꾼 “강간 범죄가 스웨그냐”…“여혐 덕지덕지 힙합 아냐”
힙합 가수 김효은(왼쪽)씨와 김씨의 신곡 ‘머니로드’(money road) 속 논란이 된 가사. 음원사이트 벅스 갈무리.
힙합 가수 김효은(왼쪽)씨와 김씨의 신곡 ‘머니로드’(money road) 속 논란이 된 가사. 음원사이트 벅스 갈무리.
힙합 가수 김효은씨가 지난달 30일 발매한 음원 ‘머니로드’(money road)에 담긴 가사로 누리꾼들에게 ‘여성혐오’ 표현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김효은씨는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 등이 속한 일리네어레코즈의 하위 레이블인 앰비션뮤직 소속 힙합 가수다. ‘쇼미더머니5’ ‘쇼미더머니777’ ‘고등래퍼3’ 등 케이블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문제가 된 김효은씨의 새 음원 ‘머니로드’는 가수 브레디스트릿이 함께 작업한 곡으로 ‘메갈×들 다 강간, 난 부처님과 갱뱅, 300만 구찌 가방, 니 여친 집 내 안방, 난 절대 안 가 깜빵, 내 변호사 안전빵, 내 이름 언급하다간 니 가족들 다 칼빵’이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여성 회원이 주축인 온라인커뮤니티 메갈리아를 대상으로 강간 등 성폭력을 지칭하는 용어를 쓰고, ‘칼빵’과 같은 강력 범죄 행위가 공공연하게 들어가 있는 노래 가사에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가사를 접한 누리꾼들은 “여성혐오에 범죄 행위로 가득한 가사를 더는 못 들어주겠다”며 김효은과 브레디스트릿, 홍보에 동참한 다른 힙합 뮤지션 등을 비난하고 나섰다. 일부 누리꾼들은 문제가 된 가사를 갈무리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며 “강간 범죄를 ‘스웨그’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최근 일리네어, 앰비션뮤직 노래가 많이 나와서 감사하게 듣고 있었는데 이 곡은 못 듣겠다” “이게 가사인지 폭력인지 정말 싫다” “(머니로드는) 여혐이 덕지덕지 묻은 곡일 뿐 힙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음원 발매 소식을 전하는 김효은씨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도 “무슨 생각으로 해당 가사를 쓴 것이냐”고 따져 묻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스웨그는 힙합에서 나온 말로 자기만족과 자아도취, 자유로움 등을 뜻한다.

아무런 여과 없이 음원이 발매·유통되도록 방치하고 홍보한 김효은씨의 소속사와 음원사이트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일리네어레코즈의 소속 가수이자 대표인 더콰이엇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문제가 된 김효은의 곡을 홍보했다가 “강간이라는 가사를 듣고도 홍보해준 것이냐” “소속 가수 관리 잘하라” “시대 흐름도 못 읽는 것이냐”라며 뭇매를 맞았다. 한 누리꾼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조장하는 가사가 아무런 제재 없이 올라와 있다. 음원 유통사는 이런 가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냐”며 음원사이트를 비판하기도 했다. 1일 현재, 멜론, 벅스, 네이버뮤직 등 다수 음원사이트에서는 이 곡이 19살 미만 청취 금지와 같은 제한 없이 유통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한국 힙합 가수들의 ‘여혐 논란’에 약자를 혐오하는 것을 마치 ‘스웨그’처럼 여기는 한국 힙합계의 왜곡된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그룹 위너 소속 가수 송민호씨는 2017년 5월께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에서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랩을 했다가 대중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가수 산이도 지난해 11월 ‘합의 아래 관계 갖고 할 거 다 하고 왜 미투해’ ‘뭘 더 바래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 등의 가사를 담은 곡 ‘페미니스트’를 공개해 여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 탓에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 힙합은 약자를 괴롭히면 그게 멋인 줄 안다’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이러한 힙합계의 여성혐오 문화를 두고 “힙합 문화와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힙합은 인종적인 억압을 느끼는 흑인들이 백인 우월주의에 저항하는 정신이 담겼다는 점에서 오히려 젠더 정치와 닮아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하지만 자신이 계급적인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여성들에 대한 젠더적인 위계만큼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맥락이 맞지 않는 보상심리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김효은씨와 브레디스트릿은 31일 에스엔에스를 통해 ‘머니로드’에 등장하는 가사에 대해 사과했다. 브레디스트릿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가사의 어휘 선택이 지나치게 과격했던 점을 반성한다”며 사과문을 냈고, 김효은씨는 브레디스트릿의 사과문을 공유하며 “곡의 주인으로서 미처 문제가 될 만한 가사를 검열하지 못한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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