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했다가 법무부 감찰을 받고 있는 두 명의 공익법무관이 문재인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지시한 다음날 아침과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 당일 오전에 ‘출금 여부’를 알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차관 재수사가 기로에 놓인 국면에서 두 명의 법무관이 연이어 ‘출금 여부’를 조회한 셈이어서 ‘지시자’의 존재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두 법무관이 김 전 차관의 도피성 출국을 돕기 위해 출금 여부를 조회했다면 ‘범인도피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한겨레> 취재 결과, 두 법무관이 김 전 차관의 ‘출금 여부’를 알아본 시점은 ‘대통령의 진상규명 지시’ 다음날인 지난 19일과 ‘김 전 차관의 출국시도’ 당일인 22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법무·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김학의 전 차관·고 장자연씨 의혹 등을 언급하며 “검찰과 경찰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다음날인 19일 오전 9시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속으로 소송을 담당하는 ㄱ법무관은 출근 직후 출입국관리정보 시스템(ICRM)에 접속해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했다. 이 때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의 조사 기간이 2개월 연장되는 등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가 급물살을 타던 시점이다.
이어 22일 오전 10시께 같은 출입국 소속 소송 담당 ㄴ법무관이 김 전 차관의 ‘출금 여부’를 조회했다. 그리고 같은 날 밤 10시25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김학의 전 차관은 23일 0시20분에 출발하는 타이 방콕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출국금지 대상이 아니었던 김 전 차관은 출국 심사대를 거쳐 탑승 게이트 앞까지 도착했으나 법무부의 ‘긴급 출국금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두 명의 법무관이 각각 다른 시점에 출금 여부를 조회하며 ‘교차검증’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공교로운 시점에 연이어 ‘출금 조회’가 이뤄지면서 ‘지시자’의 존재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두 법무관은 법무부 감찰에서 ‘누군가의 지시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법무관은 “(출금 조회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ㄴ법무관은 “나중에 출금 관련 소송에 대비하려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향후 감찰 상황에 따라 두 법무관에게 ‘범인도피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범인도피죄는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이를 도피하게 했을 때 적용되는 죄목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다. 한 변호사는 ”만약 특정인의 지시에 따라 김학의 전 차관의 도피성 출국을 도울 목적으로 출금 여부를 조회했다면 범인도피죄를 적용해 고발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했다. 두 법무관은 같은 기수의 출입국 소속 법무관으로 출입국관리정보 시스템에 대한 접근권은 있지만 출국금지 조회와는 거의 무관한 소송 담당 업무를 해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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