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노조결성·지지를 이유로 구속된 중국 노동자 학생 석방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사관 앞 경호 등을 이유로 경찰이 이들을 막아선 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하고 구금됐다. 이들의 구속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40여명의 노동 활동가, 학생도 구금됐다.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인 중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26일 오전 11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서울 중구 명동의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를 향해 “노조를 만들고 지지했다고 구금된 중국의 노동자와 학생을 석방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구금당한 중국 노동자와 활동가, 학생에게 국제적인 연대를 보내기 위해 정한 ‘국제 공동행동 주간’을 맞아 열렸다. 국제 공동행동 주간은 홍콩노총의 요청으로 국제노총이 정한 것으로, 이달 25일부터 31일까지 각국의 노동자 단체들이 연대해 이들 구금자에 대한 석방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총의 설명을 보면, 지난해 7월 중국 광둥 성 선전시에 있는 ‘제이식 테크놀로지’라는 기업에서 일하던 4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뒤 형사 기소돼 구금당했다. 이후 제이식 노동자들을 지지한 대학생, 노동 활동가 등도 체포돼 현재까지 44명이 체포, 구속, 혹은 실종된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해 “(중국) 경찰은 가족들에게 변호사를 선임하지 말고 언론에 구금 상태에 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위협했으며, 몇몇 가족들은 구속자의 ‘자백’ 영상을 촬영해 당국에 제출할 것을 강요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단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중국 정부를 규탄했다. 양동식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발언에서 “지난해 7월 노조 결성을 이유로 해고된 제이식 노동자 4명은 복직을 요구하며 공장 밖에서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공안에 의해 구타당하고 구속됐다”며 “제이식 노동자들과 이를 지지하는 활동가들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왜 주인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를 향해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에 나선 노동자와 지지자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모든 구속자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진기영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도 “ILO는 ‘결사의 자유’를 회원국이 실현해야 할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고, 중국은 유엔과 ILO의 회원국”이라며 “(제이식 노동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조처는) 명백한 결사의 자유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노조결성·지지를 이유로 구속된 중국 노동자 학생 석방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사관 앞 경호 등을 이유로 경찰이 이들을 막아선 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들은 구금된 중국 노동자와 학생, 활동가들의 석방 등을 위해 국제적인 연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진 수석부위원장은 “중국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중국 노동자, 활동가, 학생의 투쟁은 한국 노조의 일이기도 하다”며 “전 세계 모든 노동자가 보편적인 노동 기본권을 누리도록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금철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도 “결사의 자유를 외치고 그들과 연대했다는 것만으로 해고되고 구타당하고 체포되고 구금당하는 야만적인 현실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며 “이런 야만에 맞서 계속 연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런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경찰이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을 막아서고 노조 조합원이 항의하는 등 마찰이 있었다. 경찰 10여명은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회견 현장 앞을 일렬로 막아서 손팻말 등을 몸으로 가렸다. 일부 조합원은 이를 두고 “오늘 중국 당국도 아닌 대한민국 경찰이 우리의 의사 표현과 문제의식 전달을 방해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