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권고한다.”
25일 나온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관련 재수사 권고는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난 ‘고강도’였다. ‘김학의 뇌물수수 혐의 재수사’ ‘당시 윗선의 수사 외압 의혹 조사’ 수준의 두루뭉술한 권고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검찰과거사위는 ‘야당 탄압’ 논란을 무릅쓰고 곽 의원 등 ‘피의자’의 실명과 구체적인 혐의까지 거론했다. 검찰과거사위는 이날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개입한 부분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김학의 법무부 차관 임명 관련한 부분, 또 하나는 수사 방해 의혹”이라며 “오늘 수사 권고한 부분은 경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곽상도·이중희 두 사람의 혐의와 관련한 유의미한 진술이 있었다. (수사 권고 내용은) 수사가 시급한 부분만 검토한 것”이라고 했다. 조사단이 확인했다고 밝힌 곽상도·이중희 두 사람의 혐의는 크게 세가지다.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그를 내사하던 경찰을 질책하고 △수사가 시작되자 경찰청 수사지휘 라인을 부당하게 인사조치했으며 △‘김학의 동영상’의 감정을 진행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보내 동영상과 감정 결과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검찰과거사위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공무원과 경찰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당시 청와대 브리핑 자료 등에서도 혐의가 소명돼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입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2013년 3월25일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민정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 직원이 국과수에서 (동영상) 감정 결과 통보서를 컴퓨터 화면상으로만 확인했다. 성접대 동영상을 직접 본 사실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브리핑이 나온 시점은 성접대 의혹으로 김 전 차관이 낙마(3월21일)한 데 이어,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무기중개업체 고문 경력이 드러나며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도마에 오른 때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5번째 낙마자였던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정수석실이 경찰 수사에 무리하게 개입하려 했다는 게 진상조사단의 잠정 결론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과거사위가 수사 시작 전 단계부터 피의자의 이름을 적시한다는 건 조사가 굉장히 잘됐다는 자신의 표현일 수 있다”며 “다만 수사를 이어받는 검찰 입장에서는 그 이상을 밝혀야 한다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곽상도 의원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등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2013년 3∼8월)이었지만 잇단 인사검증 실패 등으로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했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거쳐 2016년 총선에서 친박계로 대구에서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날 곽 의원은 “외압을 행사한 적도, 수사에 관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중희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거친 뒤 박근혜 정부에서 첫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뒷조사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김양진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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