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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상+] ‘휴먼옛체’로 만든 정체불명 짤, 내가 만든다오!

등록 2019-03-21 17:03수정 2019-03-21 17:06

‘어르신 짤’ 제작하는 박태영씨
각 구청 정보화교육센터서 교육 받아 ‘입덕’
정월대보름·새해·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 대목
2~3시간 만들어 지인들에게 보내는 재미 쏠쏠
‘읽씹’하면 섭섭…‘즐감했슴다’ 정도는 에티켓

부모님이나 친척 어르신이 보내는 ‘어르신 짤’, 한번씩 받아보셨죠? 답장하기도 애매하고 출처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이 짤들은 누가, 어디서 만드는 걸까요? 유력한 출처는 각 구청의 ‘정보화교육센터’입니다. 센터들은 세대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어르신들에게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을 교육하는 강좌를 다수 운영합니다. 이 곳에서 ‘어르신 수강생’들은 사진과 문구를 활용해 연하장 만들기 등을 배우면서 ‘어르신짤’의 세계로 ‘입덕’합니다. <한겨레>가 만난 박태영(75)씨도 이런 경로를 충실히 밟았습니다.

박태영 할아버지가 '움짤'을 만들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입니다. jpg나 png 등 일반적인 사진보다 움직이는 gif나 동영상이 생동감 있어 보였다고 합니다.

짤을 만들 때, 박 할아버지에게는 확실한 ‘기준’이 있습니다. 박 할아버지는 풍경 사진을 주로 사용합니다. 일부 어르신들이 짤 만들 때 쓰는 이른바 ‘야한 사진’은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씨체도 신경씁니다. 사진과 상황에 따라 맞는 글씨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박 할아버지가 가장 애용하는 글씨체는 ‘한컴바탕체’와 ‘휴먼옛체’입니다. 박 할아버지는 “봄이 오니 좀 더 살랑살랑한 글씨체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작권 있는 글씨체는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법에 저촉될 수 있으니 “인정된 글씨체”만 써야 한다고 박 할아버지는 조언했습니다.

맞춤법도 주의해야 합니다. 박 할아버지가 수십년 전 학교에서 배웠던 철자법과 현재 철자법은 조금 다릅니다. 박 할아버지는 ‘짤’에 문구를 쓸 때마다 ‘맞춤법 검사 사이트’에서 철자법을 검수합니다. “젊은 사람이 봤을 때 철자법도 모른다고 흉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짤’을 만들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포토랩, 포토스케이프, 스위스 맥스, 픽슬러, 파워디렉터 등을 이용하죠. 이렇게 짤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2∼3시간이 걸립니다.

“아이디어 짜는 시간까지 다 합쳐서 2~3시간 정도 걸려요. 연하장 하나 만드려고 해도 고민해야 할 게 얼마나 많아요. 사진에다 글씨 왔다갔다 하는 거 넣고,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지는 거 넣어야 되고 글씨체까지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돼요. 한번에 만들어지지도 않아요. 마음에 안 들어서 보통 두세번은 갈아엎고 다시 만드는 거 같아요. 보는 사람이 즐거워야하니까 그렇죠. 나만 만족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 ”

박태영(75)씨가 직접 만든 ’어르신짤’의 모습. 박태영씨 제공.
박태영(75)씨가 직접 만든 ’어르신짤’의 모습. 박태영씨 제공.

짤의 대목은 정월대보름이나 새해,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입니다. 지인들에게 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합니다.

“근하신년이나 입춘대길 등 대략적으로 뜻이 있는 날이나 기념이 되는 날에 간단하게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보내주죠. 안부도 물을 겸 해서. 글씨만 보내는 거보다는 그림 속에 글씨도 넣고 그렇게 보내면 서로가 좋죠.”

그러나 ‘읽씹’의 고통도 따릅니다.

“아날로그 세대인 내가 만드는 짤이니 디지털 세대가 보기엔 거부 반응이 있을 수 있죠. 그래도 2~3시간씩 시간을 들여 만들어 보냈는데 ‘잘 봤다’라거나 ‘즐감했슴다’ 정도의 답이라도 주면 좋겠어요. 그게 ‘정보화 에티켓’ 아니겠어요?”

취재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내레이션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위준영 피디 marco042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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