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지난1월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파크텔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진 최근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교육부 감사결과, 조재범 코치의 폭행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빙상계 대부’로 불려온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폭행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감사에도 출석하지 말라고 회유한 사실이 교육부 감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한체대가 피해자와 격리 조치를 통보했음에도 제3자를 통해 접촉해 지속적으로 협박한 사실도 밝혀졌다. 교육부는 한체대에 전 교수 중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검찰에 업무상 배임, 횡령, 사기 등 혐의로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는 21일 오전 교육신뢰회복추진단 제4차 회의를 열고 한체대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내용을 살펴보면, 전 교수는 조 코치의 강습생 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지인들에게 “피해학생을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압박하라”고 지시하는 등 합의를 종용했다. 지난해 4월 문체부의 빙상연맹 특정감사를 앞두고 피해자의 아버지를 만나 피해자의 졸업 후 거취 문제를 거론하며 감사장에 출석하지 않도록 회유하기도 했다.
전 교수가 국유재산인 교내 빙상장 등을 사유재산처럼 활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교내 빙상장을 사용할 땐 입찰 과정 등을 거쳐야 하는데, 전 교수가 자신의 제자가 운영하는 사설강습팀에 시설을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허락한 것이다. 빙상장 샤워실은 잠금 장치가 설치된 코치실로 무단 용도변경됐고, 코치실과 락커룸에서 조 전 코치가 강습생을 폭행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밖에도 전 교수는 빙상부 학생이 협찬 받은 4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사이클을 가로챘을 뿐 아니라, 약 5100만원 상당의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납품 받으면서 가짜 제품을 정품으로 검수했다.
지난달부터 세 차례 진행된 감사에서 사이클부·볼링부 등 다른 학과 교수들의 비리와 학사 관리 부실까지 한체대에서만 82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볼링부 ㄱ교수는 국내외 대회·훈련을 69차례 하며 학생들로부터 소요경비 명목으로 총 5억920만원을 현금으로 걷어 증빙자료 없이 사용했고, 생활무용학과 ㄷ교수 역시 학생 1인당 6만∼12만원씩 ‘실기특강비’를 걷어 증빙서류 없이 썼다.
교육부는 연세대학교 수시 모집에서 아이스하키 특기생 합격자가 미리 결정돼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도 발표했다. 감사 결과 평가위원 3명이 1단계 서류평가에서 평가 기준에 없는 ‘포지션’을 고려해 점수를 매긴 것으로 확인됐다. 포지션을 고려한 탓에 다른 학생보다 경기 실적이 떨어지는 학생이 서류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 평가위원 1명은 체육특기자 지원 학생 126명 평가를 70여분 만에 마치기도 했다. 한 명 평가에 30여초가 걸린 셈이다. 교육부는 평가위원 등 교직원 9명에 대한 경징계 및 경고를 연세대에 요구하고, 금품수수 의혹이나 전·현직 감독의 영향력행사 등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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