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외국인 장기 수형자를 가능한 한 본국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의견을 법무부 장관에게 표명했다. 인권위는 “외국인 수형자가 국적국이나 거주지국에서 남은 형기를 마치게 해야 건강한 사회 복귀라는 교정의 목적에 부합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21일 인권위가 공개한 결정문을 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천안교도소에 수용 중인 나아지리아 국적 ㄱ(51)씨의 어머니 ㄴ씨는 “아들이 오랜 수용생활로 건강이 악화됐고, 너무나 멀리 떨어져 살아 가족이 단 한 번도 아들을 면회할 수 없었다”며 “아들이 나이지리아에서 형기를 집행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으로 2017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중국에서 체포돼 2008년 한국으로 이송된 ㄱ씨는 이듬해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법무부는 ㄱ씨의 국외 이송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무부는 ‘국제수형자이송법 제3조’의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이 법은 “국제수형자 이송은 대한민국과 외국 간에 조약이 체결되어 있는 경우에 한해 이 법과 그 조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실시함”을 규정하고 있는데, 나이지리아의 경우 유럽평의회 ‘수형자이송협약’의 가입국이 아니고 한국과도 수형자 이송에 관한 양자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ㄱ씨의 국외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유럽평의회 수형자이송협약의 가입국으로,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몽골·중국·쿠웨이트·베트남·인도·태국·홍콩(중국의 특별 행정구)·키르기스스탄 등 8개 국가와 수형자 이송에 관한 양자조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에 인권위는 법무부의 입장을 받아들여 ㄴ씨의 진정을 각하했다. 다만 인권위는 “법무부가 양자조약 미체결 등 이송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는 외국인 장기 수형자들의 본국 이송 의사를 확인해 가능한 해당 국가와 양자조약 체결 등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외국인 수용자가 언어 문제 등 어려움이 크고, 고립감 및 석방 이후 불안감이 커서 정신 건강 문제가 가중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외국인 수용자는 본국으로 이송되어야 함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남은 형기가 10년 이상인 외국인 수형자는 지난해 말 기준 106명이며 이 가운데 25명이 본국 이송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국가 출신”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법무부가 이송 대상 수용자들의 이송 의사를 확인해 해당 국가들과의 양자조약 체결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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