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수 군 인스타그램 계정(@jeon2soo) 갈무리
11살 ‘꼬마 동화작가’ 전이수 군이 노키즈존인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출입을 거부당한 사연을 쓴 몇달 전 일기가 뒤늦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블로그에 “제주 바다에 살고 있는 꼬마 동화작가 전이수”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전군은 8살 때부터 동화를 써온 작가다. 8살 때 꼬마 악어의 눈에 비친 세상을 담아낸 동화 <꼬마악어 타코>를 냈고, 2년 뒤 기계에 의존하며 점점 무기력해져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꼬집은 <걸어가는 늑대들>을 출간했다. 전군은 에스비에스(SBS) 프로그램 ‘영재 발굴단’에 출연하기도 했다.
전군은 지난해 11월 ‘우태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쓴 일기를 찍어서 인스타그램(@jeon2soo)에 올렸다. 전군의 일기를 보면, 전군은 동생 우태의 생일날 스테이크를 먹으러 이전에 맛있게 먹었던 레스토랑을 가족과 함께 다시 찾았다. 전군은 스테이크를 먹는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고 했다. “우태가 2년 전에 먹고 너무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 집이라고 했다. 그래서 생일날까지 기다렸다가 가기로 한 것이다. 얼마나 가슴이 부풀어 있던지 우태는 가는 내내 콧노래로 신이 나 있었다. 나도 또한 그랬다.”
전군이 레스토랑에 도착했지만, 입구에서 출입이 금지됐다. 레스토랑이 어린이 동반 손님을 받지 않는 노키즈존으로 바뀌어 있었다. 전군은 일기에 레스토랑 직원이 “여기는 노키즈존이야. 애들은 여기 못 들어온다는 뜻이야”라고 말했다고 썼다. 전군이 “우리는 밥 먹으러 왔다니까요. 오늘 제 동생 생일이거든요!”라고 말했지만, 전군과 동생 우태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전군은 일기에 이렇게 썼다. “그 누나는 화가 난 채로 다시 말했다. ‘여기는 너희는 못 들어와. 얼른 나가!’”
결국 이들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전군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우태는 실망한 얼굴로 조금씩 발을 옮기고 있는데 문 밖을 나와 우태를 보니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태는 돌아가는 내내 “먹고 싶어! 아무 말 안 하고 먹으면 되잖아”라며 울었다고 한다. 전군은 우태의 슬픔이 “내 마음도 엄마의 마음도 아프게 했다”고 썼다.
전군은 아울러 “어른들은 잊고 있나 보다. 어른들도… 그 어린이였다는 사실을…”이라고 쓰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온 대사로 일기를 마무리했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빠에게 물어보는 아들의 대사가 생각난다. ‘아빠! 왜 개와 유대인은 가게에 들어갈 수 없어요?’”
전군의 인스타그램에는 이 일기를 통해 어린이의 시선에서 본 노키즈존에 대해 처음 생각해봤다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아이디 ‘hyk7*****’는 “노키즈존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글을 읽고 눈물이 났어요. 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나고 너무 미안해요”라고 썼다. 아이디 ‘simple.fruit.*****’는 “노키즈존 완전히 찬성하는 쪽이었는데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네요. 우태가 얼마나 슬펐을꼬”라고 썼다.
노키즈존을 만드는 건 아이들을 향한 혐오나 폭력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아이디 ‘mi****’은 “본인들의 말소리 볼륨을 줄일 생각은 않으면서 만만한 약자에게만 제한을 두는 건 혐오이지요. 만약 ‘목소리 큰 아저씨, 아줌마 손님 안 받습니다’ 써 붙였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는 노키즈존이 아주 악랄하고 비겁한 약자 혐오임을 인정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아이디 ‘min*****’은 “그런(착하고 얌전한) 아동보다 돌아다니고 시끄럽게 하는 아동들이 더 많아요. 착한 아동은 어른들이 바라는 아동 상이겠죠. 본인들 아동 때도 얌전하지 않았으면서”라고 썼다.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가게 주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아이디 ‘its_mi*****’는 “기본적으로 식당이라는 공간은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이기에 그 주인분들도 어린이 모두를 싫어하진 않을 거지만, 어쩔 수없는 모두에게 공평한 선택을 하신 것”이라며 “어린이들의 권리도 있듯이, 가게 주인도, 그리고 또 다른 이용객들도 편안히 먹을 권리가 있답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대부분 노키즈존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아이디 ‘10*****’는 노키즈존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댓글을 맺었다. “만약 100일에 한 번씩 어른이 아이로 바뀌는 세상이었다면 그런 규정이 생겼을까요?”
다음은 전군이 쓴 ‘우태의 눈물’ 전문
11월 19일.
내동생 우태가 태어난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래서 우태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1시간 거리에 먼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사실은 내가 더 기다렸다.
스테이크가 먹고 싶었기 때문에...
우태가 2년 전에 먹고 너무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 집이라고 했다.
그래서 생일날까지 기다렸다가 가기로 한 것이다.
얼마나 가슴이 부풀어 있던지 우태는
가는 내내 콧노래로 신이 나 있었다.
나도 또한 그랬다. 드디어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우태랑 나는 마구 달려서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다.
근데 어떤 누나가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다.
이해가 안 되었다.
꿈쩍도 않고 서 있는 우태의 등을 문쪽으로 떠밀며
들어오면 안 돼요 한다.
그래서 난 “저희도 밥 먹으러 온 거예요” 했더니
누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여기는 노키즈존이야”
“그게 뭐예요?” 하니까 “애들은 여기 못 들어온다는 뜻이야”
한다. 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우리는 밥 먹으러 왔다니까요. 오늘 제 동생 생일이거든요!”
그 누나는 화가 난 채로 다시 말했다.
“여기는 너희는 못 들어와. 얼른 나가!”
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태는 실망한 얼굴로 조금씩 발을 옮기고 있는데
문밖을 나와 우태를 보니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엄마가 와서 우태를 보았다. “우리는 못 들어가는 식당이래”
했더니 엄마가 “예전엔 다 같이 왔었는데 그럴 리 없어” 한다.
엄마도 한참 들어갔다 나와서 “안 되겠다. 우리 다른 데 가자!...
우태야 여기 식당에 요리하는 삼촌이 귀 수술을 했나 봐.
당분간은 아주 조용히 해야 낫는데! 그러니까 우리가
이해해주자“하고 말했다.
난 안다. 엄마의 얼굴이 말해주고 있었다.
우태의 슬픔은 내 마음도 엄마의 마음도 아프게 했다.
우태는 돌아가는 내내 “먹고 싶어! 아무 말 안 하고 먹으면 되잖아”
하고 울었다.
조용히 우태를 알아주는 엄마의 눈에도 슬픔이
가득해 보였다.
어른들이 조용히 있고 싶고, 아이들이 없어야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난 생각한다.
어른들이 편히 있고 싶어하는 그 권리보다
아이들이 가게에 들어올 수 있는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 어린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는 거니까.
어른들은 잊고 있나 보다. 어른들도... 그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봤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빠에게 물어보는 아들의 대사가 생각난다.
“아빠! 왜 개와 유대인은 가게에 들어갈 수 없어요?”
-이수 생각-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