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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하노이 회담 낙관…미국 ‘공개 메시지’ 못 읽은 점 아쉬워”

등록 2019-03-14 20:22수정 2019-03-14 20:44

<한겨레> 6차 열린편집위원회ㅣ북미정상회담 보도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여섯번째 정례회의가 지난 11일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여섯번째 정례회의가 지난 11일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가 많았는데 한겨레는 차별적이었다.” “회담 결렬 원인에 대한 입체적 분석이 부족했다.” “국내 언론의 취재력이 외신에 견줘 너무 취약하다.” “톱다운 방식의 북-미 협상 문제점을 한겨레는 왜 다루지 않았나?”

지난 11일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위원장 신광영)의 여섯번째 정례회의에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중심으로 지난 한달 한겨레 콘텐츠에 대한 평가와 토론이 이뤄졌다. 한겨레는 지난 2월27~28일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10여개의 지면을 할애해 회담 소식과 성과 등을 전했고, 그에 앞서서도 ‘예상 의제 점검’ ‘전문가 기고’ 등 관련 기획기사를 일주일에 걸쳐 매일 4~5개면씩 집중 보도했다.

열린편집위원회는 한겨레 보도가 독자들이 분쟁과 갈등에 대해 비폭력적 해결방안을 고민하게 하는 평화저널리즘의 원칙에 부합했는지, 열악한 대미·대북 취재 환경에서 비롯된 팩트체크의 어려움에 제대로 대처했는지 등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또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새로 시도한 온·오프라인 콘텐츠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이번 열린편집위원회에는 신광영 위원장(중앙대 교수·사회학), 안지애 위원(<한겨레:온> 편집위원), 진민정 위원(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최서윤 위원(작가), 최선목 위원(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 김종구 편집인, 이용인 한반도국제에디터가 참석했다.

신광영 위원장
신광영 위원장

신광영 위원장 지난 한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큰 이슈였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중심으로 요즘 모든 사람이 걱정하는 미세먼지 그리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다른 보도들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논의했으면 한다.

진민정 ‘위기의 시대에 지혜로운 자는 다리를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쌓는다’는 글을 봤는데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한겨레 보도는 전반적으로 평화저널리즘의 방향에 맞았다고 생각했다. 결렬 원인과 그 이후 상황, 특히 미사일 관련 활동 재개 뉴스와 관련해 미국 쪽 보도를 인용하면서 사실 확인하기 어려운데도 다른 언론은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를 많이 했는데 한겨레는 그런 부분이 별로 없었다. 다소 아쉬운 점은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의 심야회견과 관련해 취재진이 심야에 ‘추리닝’을 입고 회견장으로 전력 질주했다는 기사와 동영상을 온라인에서 봤는데, 그게 핵심적 뉴스인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한겨레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일본 언론이 많은 특종을 하고, 우리 언론이 이를 받아서 보도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신광영 위원장 한겨레뿐 아니라 국내 언론, 학계 모두 미국 정치, 권력 엘리트들에 대한 취재와 지식이 굉장히 취약한 것 같다.

진민정 위원
진민정 위원

“협상 결렬 뒤 미사일 동향 등

‘아니면 말고’식 보도 없었다”

평화저널리즘 부합하려 노력

북 회견 심야질주 보도 적절성

“현장감 생생하게 전달하려…

지면에선 회견 의미 더 부각”

이용인 워싱턴 특파원 경험이 있는데 특파원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웃음) 특파원들이 미국의 고위급 당국자들을 취재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기자회견 때 내용보다는 취재기를 주요하게 썼다고 하셨는데 인터넷 기사가 주목을 받다 보니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그 기사는 기자회견에 들어간 한국 언론사가 한겨레 등 극히 일부 언론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의미도 있었다. 지면에서는 취재기 외에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의 의미와 전망 등을 더 전면에 배치했다.

독자들이 염두에 뒀으면 하는 건 일본 언론의 특종은 좋지 않은 의도가 담긴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반드시 확인하고 쓰는 게 한겨레의 원칙이자 불문율이다. 한국 언론의 취재력 한계에 대한 지적에는 100% 공감한다. 아마 이번엔 정부나 학계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했다. 비건이 전권을 받은 대북특별대표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그와 다를 수 있다는 독특한 상황을 간과했다. 또, 더 결정적으로 2월22일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화학 무기까지 다 요구하겠다고 했는데, 비건 대표의 스탠퍼드 발언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회담을 닷새 앞두고 기조가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미국이 문턱을 크게 높였다는 판단은 했지만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지까지는 생각 못했다. 언론도 학계도 희망적 사고에 사로잡혀 미국이 공개적으로 발신한 메시지를 읽지 못했는데 이에 대해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김종구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에 가장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을 당사자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고 어느 정도나 예상했을 것으로 보는가.

이용인 만약 북한이 그런 기류를 알았다면 하노이 정상회담 전에 실무협상을 계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북한도 비중 있게 생각 못했을 것으로 본다.

최선목 위원
최선목 위원

최선목 언론사별로 북한과 미국 어느 쪽의 문제로 회담이 결렬됐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에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다른 신문들은 ‘톱다운’ 협상 방식의 문제점을 많이 거론했지만 한겨레는 별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구별됐다.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고 하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협상 방식이 왜 실패한 것인지 독자들은 메커니즘을 잘 알지 못하다. 한겨레는 회담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보도한 부분이 있다. 물론 회담이 잘 안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언론사들은 다른 관점의 보도를 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의도적 왜곡이 들어가 있다고 했는데, 우리도 그런 점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지애 북-미 회담에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인터넷에서 영상으로 본 한겨레의 심야 기자회견 취재 기사에 관심이 갔다. 젊은 독자의 관점에서 좋은 기사였다. 다만 한겨레의 이번 정상회담 보도에서 북한과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의 압박이 회담에 미친 영향에 대한 입체적 분석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선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에 대한 뮬러 특검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나와 트럼프 탄핵 국면이 시작될 수도 있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국경 장벽 예산을 둘러싼 트럼프의 셧다운과 국가비상사태 선포 등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는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을 좀 더 입체적으로 다뤘으면 좋았을 것이다.

북한 내부에도 협상을 둘러싼 강경파, 온건파가 있을 것이고, 핵시설을 동결해야 하는지 폐기해야 하는지 등등 여러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제재가 계속되면서 북한의 달러가 고갈되고 있다는 기사도 봤다. 사실이라면 김정은 위원장도 마음이 급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런 복잡한 상황, 협상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등 이면에 대해 분석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김종구 편집인
김종구 편집인

김종구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도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제대로 된 취재가 이뤄졌다. 이번 회담이 무산된 과정도 앞으로 몇 년이 지나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북-미 회담에 대해 우리가 조금 조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전쟁 휴전회담은 2년이나 걸렸다. 159차례의 밀고 당기기 회담 끝에 휴전협정에 서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또 이번 회담 결과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아직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거 봐 잘 안될 거라고 했지.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해야만 한다’는 모순적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지고, 북한은 핵 개발에 더 매진하게 될 것이다.

신광영 위원장 언론들이 하노이 회담을 마치 이벤트처럼 보도하면서 한번의 회담으로 문제가 한꺼번에 풀릴 거라는 식으로 기대하게 했다. 미국과 베트남의 종전과 수교 회담이 9년이나 끌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70년 간의 북-미 대립이 쉽게 해결되리라 생각했던 것은 모두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용인 한반도국제에디터
이용인 한반도국제에디터

“두 정상에겐 효율적이라 판단

톱다운 문제점 비중있게 안다뤄

실무협상 더 보완 취재해야”

미국·북한 내부 입체분석 부족

“한국 언론 취재력 한계 공감

‘취재진 35명’ 로이터도 반성문”

이용인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은 지난해 정상회담들보다 최소한 인터넷에선 독자들의 관심이 많이 줄었다. 갈수록 언론도, 독자들도 이 문제를 좀 더 차분하게 고민할 것 같다. 그리고 회담 합의 무산과 관련해서는 톱다운 방식이 주요한 실패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부각해서 보도하지 않았다. 북-미 대립의 역사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의사결정 방식을 고려하면 톱다운 방식은 여전히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는 실무협상으로 좀 더 보완해야겠지만.

좀 더 입체적으로 보도했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다만, 로이터가 이번 회담에 35명의 취재진을 투입했는데도 기류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반성문을 냈다. 모든 세계 언론들이 합의 무산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자신들 보도에 대해 되새김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또 이번 회담은 미국 국내 정치가 크든 작든 북-미 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어디까지 핵을 폐기하고, 미국이 어떤 상응 조치를 제공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던 게 사실이다. 관심과 관점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신광영 위원장 미세먼지가 우려할 정도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걷히면 관심이 낮아지고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그때그때 단발성 정책을 내놓는 상황인 것 같다. 원인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기초적인 연구가 제대로 안 돼 있다. 이에 대한 한겨레의 관심도 필요하다.

최서윤 위원
최서윤 위원

미세먼지 고통분담 해법 제시를

‘엘리엇 보도’ 관망이 최선이었나

인공혈관 후속 취재 진실 밝히길

최서윤 미세먼지를 중국 탓만 할 수 없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토요판 기사에 공감이 갔다. 그런데 인터넷한겨레 ‘영상 플러스’에선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에어비주얼’ 사이트를 근거로 ‘중국이 주범’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한 논란이 크고 에어비주얼이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으로 돌리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보도도 많은 만큼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진민정 미세먼지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도 모두 다르다. 다른 언론은 미세먼지를 현 정부 비판의 소재로 쓰기도 하는데 한겨레는 차분하게 보도해 왔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칼럼에서 ‘공동체의 역량을 모아 미세먼지를 대비하라’고 지적했듯, 언론도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다양한 해법과 함께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상에서 어떻게 고통을 분담할지를 부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안지애 북-미 회담을 할 때 주변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가야겠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정치 얘기도 좋지만 일상의 이런 점에 대해 한겨레가 좀 더 많은 보도를 했으면 한다. 시민들이 배달 음식을 담는 플라스틱 오염은 생각하지 않고 정부 탓만 하는 문제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

안지애 위원
안지애 위원

최선목 기업과 경제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위치인데,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에 고배당을 요구한 것과 관련한 한겨레 보도를 봤더니 평소 재벌에 우호적이지 않은 한겨레답게 관망자 입장에서 보도했다. 다른 언론들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논조로 엘리엇을 비판했다. 만약 엘리엇이 아닌 국민연금이 이런 요구를 했어도 한겨레가 같은 태도를 보였을지 궁금하다. 대한항공이 항공기당 운항승무원 비율이 낮다는 서스틴베스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대한항공 인적투자 소홀…항공기당 승무원 줄어 안전문제”라는 기사도 동의하기 어렵다. 항공사의 안전문제는 노후항공기 보유 비율도 중요하다. 대한항공은 이 비율이 다른 항공사보다 훨씬 낮다. 사주의 갑질 논란 때문에 대한항공이 미운털이 박혀 있긴 하지만, 이런 점을 가려서 본질에 대한 비판을 해줬으면 좋겠다. 기업에는 사주만 있는 게 아니라 종업원과 주주도 있는데 이런 보도가 나오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

안지애 3월7일치 ‘바닥난 인공혈관에 아이들이 쓰러진다’는 보도는 정말 좋았다. 고어가 한국시장에서 떠난 시기가 2017년인데 왜 이제야 기사가 나왔을까라는 궁금증도 든다. 또 거대 의료회사의 횡포로 볼 여지도 있지만, 정부가 수가를 제대로 책정했는지도 의문이다. 한겨레가 후속 취재를 통해 진실을 밝혀줬으면 한다.

정리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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