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중학교에 지원할 때 인근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지원 자격을 주지 않은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해당 중학교가 위치한 전라북도 교육감에게 자율중학교 입학 제한 정책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의 결정문을 보면, 전북에 사는 이아무개씨는 초등학생 딸이 자율중학교인 ㄱ중학교에 지원하고 싶었으나 인접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졸업 예정자가 입학을 지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접중학구 초등학교 졸업 예정자에게만 지원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거주지를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지난해 9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중학구란 통학 거리, 교통 편의성 등을 고려해 추첨 없이 특정 중학교에 지정 입학하도록 설정된 구역을 말한다.
ㄱ중학교는 이에 대해 인근 소규모 중학교의 학생 수 감소를 우려한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피진정인인 전북도교육감은 조사 과정에서 “전북 내에서 타 지역 출신 학생들이 다수인 중학교는 ㄱ중학교가 유일하며 이외 5개 자율중학교는 주로 전북 내 학생들이 지원해 입학하는 상황이다. 만약 인접중학구 제한을 없앤다면, 인근 중학교로 입학할 학생들까지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율중학교로 쏠릴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도교육감은 이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3학년도부터 인접중학구를 제외한 전국 단위 학생 모집 방안을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러한 정책이 거주지를 이유로 한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자율중학교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인접중학구 제한을 피하기 위해 원하는 자율중학교의 입학이 가능한 곳으로 이사하는 등의 현상을 고려하면 ‘인접중학구 제한’ 제도가 인근 소규모 중학교의 학생 수 감소를 막는 데 효과적인 정책이 아니라고 밝혔다. 따라서 인접중학구 학생을 입학 지원 자격에서 배제하는 정책은 농산촌 작은 학교 살리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고, 인근 지역 학생들이 거주지를 이유로 학교 지원 자체를 할 수 없어 차별을 받게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전북도교육감에게 관내 인접중학구 소속 초등학교 졸업예정자에 대한 자율중학교 입학 제한 정책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자율중학교 신입생 정원 중 인접중학구 학생 비율을 정하는 등 자율중학교 지원 시 거주지로 인해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자율중학교 입학 제도를 개선할 것을 당부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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