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학원에 신학기맞이 개강 안내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이날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1인당 사교육비는 6년 연속 증가하면서 지난해 월평균 29만1천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만1천원으로 2007년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년째 사교육비가 오르는 가운데, 전년 대비 1인당 사교육비 상승률도 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전국 초·중·고 1486개교 학부모 및 교사 등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72.8%)만으로 집계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39만9천원으로 전년(38만2천원)보다 4.6%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액도 지난해 19조5천억원으로 전년(18조7천억원)보다 8천억원 늘었다.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20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사교육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짐작할 수 있다.
초·중·고 학교급별로 보면, 고등학생들의 사교육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천원으로 전년 대비 12.8% 증가했다. 중학생은 31만2천원으로 7.1%, 초등학생은 26만3천원으로 3.7% 늘었다. 총액으로 따져봐도 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이 5조9348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고등학생 수가 전년보다 13만여명 줄었지만, 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고등학생 사교육비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지난해 대입 공론화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대입 제도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2017년도부터 ‘불수능’(어려운 수능) 기조가 이어져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교육비 폭증은 이미 예견된 참사였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입 제도 개편 실패 탓이 크다”고 비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지난해 박춘란 당시 교육부 차관이 ‘정시 확대’ 기조를 천명하고 대입 공론화와 대입 제도 확정까지 계속 ‘수능 영향력 강화’ 신호를 보냈다”며 “이런 신호가 사교육 수요를 자극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능 평가 방식 변화는 실제로 과목별 사교육 수요에도 영향을 끼쳤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고 수학은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사람)를 막는 차원에서 평이하게 출제되면서 국어의 중요도가 커져 국어 사교육비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고등학생 국어 사교육비 총액은 64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2%나 늘었다. 전년보다 3% 증가한 영어, 오히려 0.06% 감소한 수학과 비교되는 증가폭이다.
비용뿐 아니라 사교육 참여율도 전년보다 1.7%포인트 늘어 72.8%를 기록했는데, 저소득층의 참여율이 늘어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고소득층 가구의 참여율은 0.6%포인트 감소한 84%였던 반면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구에서는 3.3%포인트 증가해 47.3%를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 시간도 2017년 6.1시간에서 지난해 6.2시간으로 증가했다.
소득 격차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도 0.1배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했다. 지난해 월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5천원, 200만원 미만 가구는 9만9천원으로 5.1배 차이가 났다. 정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소득 수준별 사교육비 격차가 너무 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학업 성취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나온 뒤, 교육부는 관련 대책으로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은 입시 제도의 불확실성이 사교육비를 증가시킨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아서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논술·특기자전형 축소, 학교생활기록부 간소화도 추진한다. 이외에도 공교육 내실화, 방과후학교 활성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등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대책에 시민단체나 교원단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며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교육부는 2015 교육과정의 운영과 그에 따른 대책이 부실하다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제라도 2023학년도 대입체제 개편을 위해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선아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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