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교정시설에서 수용자를 징벌할 때 인권 증진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12일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실시한 서울·부산구치소, 대전·제주교도소 등 전국의 10개 교정시설 방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이같은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교정시설의 규율을 어긴 수용자들이 조사수용을 거쳐 징벌을 받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징벌’은 교정시설 내에서 규율을 위반한 수용자에게 부과하는 불이익 처분으로, ‘조사수용’은 규율을 위반한 수용자가 징벌을 받기 전에 실제로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따로 수용하는 걸 의미한다. 인권위 조사 결과를 보면, 수용자들은 수용자 간 단순한 언쟁만으로도 징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인권위는 단순한 언쟁은 징벌이 아니라 구금시설 쪽의 중재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수용자에게 수갑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과정에서도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일부 교정시설의 수용자들은 조사수용 과정에서 잘 때도 금속보호대나 수갑 등 보호장비를 착용해 잠을 못 자고 앉아 있어야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보호장비를 찬 채로 용변을 보면서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한 수용자도 있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수용자들은 보호장비를 착용할 때 발목·손목·머리에 동시에 사용되는 이른바 ‘3종 세트’를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적어도 수용자가 잘 때는 보호장비를 벗거나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교정시설 내 질서를 단속하는 기동순찰팀(CRPT)이 수용자를 과잉진압하고 가혹 행위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수용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기동순찰팀이 언어폭력이 심하고 보호장비를 사용할 때에도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채운다고 진술했다. 이에 인권위는 기동순찰팀이 이름표가 없어 수용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다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이들의 명찰 착용을 의무화하고, 대원들이 수용자를 진압하고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상황의 기록을 의무적으로 남겨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교정시설 내 장기 독방 격리 수용자가 너무 많아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를 보면, ‘유엔 (UN)수용자 처우에 관한 최저 기준규칙’에서 금지하는 ‘장기(15일 초과) 독방 격리수용’이 최근 1년간(2017년 8월~2018년 7월) 전체 징벌자 가운데 40%에서 많게는 6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권위는 징벌 중 금치 기간의 상한선을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15일로 제한하고, 금치의 연속집행은 중간에 일정 기간을 두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라고 했다.
인권위는 또 징벌 의결 과정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도 했다. 규율 위반이 발생하면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행위에 맞는 징벌이 가해지게 되는데, 징벌 대상 수용자들에게 사전에 위원들의 정보를 제공해 수용자들의 위원기피권을 보장하고, 외부위원이 과반수 이상이 되도록 징벌위원회를 구성해 징벌위원회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높이라고 권고했다. 불복을 원하는 수용자에게 즉시 이의신청서를 지급하는 등 징벌재심제도를 마련하라고도 했다.
이 밖에도 인권위는 수용자가 징벌실로 가기 전에 머무르는 조사실이 냉·난방이 거의 되지 않고, 청소도 이뤄지지 않으며, 징벌실에서는 독서 외에 모든 활동을 금지돼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하다고 보고 조사실과 징벌실 내 환경 개선을 권고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인권위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수용과 징벌 경험자, 보호장비 착용 경험자, 장기간 금치처분을 받은 자, 여성수용자, 고령수용자 등 모두 74명의 수용자들에 대한 심층 면접과 각 교정시설에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시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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