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이보배(2)양의 어머니가 최근 고어사의 인공혈관 공급 중단과 관련해 공급 재개를 호소하는 글을 아이와 함께 찍어 <한겨레>에 보냈다. 어머니 천새롬씨 제공
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의 수술에 꼭 필요한 ‘인공혈관’의 공급 재개를 요청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인공혈관 제조업체 ‘고어’(Gore)사의 미국 본사를 찾아가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자 단체와 환아 부모들은 공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이번 방문이 환자들에게 큰 선물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정부와 고어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공급 약속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그간 정부와 고어사 간 소통이 수월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 공문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논의를 하는 것이니, 양쪽의 오해도 풀릴 수 있을 것이다”며 “고어사도 의료기기를 만드는 회사로서 인공혈관이 한국의 아이들에게 없어선 안 될 치료 재료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고 덧붙였다.
선천성심장병 수술인 ‘폰탄(Fontan) 수술’을 위해 고어사의 인공혈관을 기다리고 있던 환아 부모들도 “희망적”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인공혈관 재료가 떨어져 3월 수술이 무기한 연기됐던 양민규(3)군의 어머니 김진희(39)씨는 “(인공혈관 공급재개는) 개인이 이뤄내기엔 힘든 일이었는데 정부가 나서준다니 고맙다”며 “정부는 한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니 고어사 쪽에서도 이 문제를 쉽게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환아 부모들은 정부 방문으로 빠른 시일 내에 공급이 재개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폰탄 수술을 받지 못한 이보배(2) 양의 어머니 천새롬(27)씨는 “아이들이 경과를 두고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 최대한 빨리 공급이 재개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폰탄 수술을 마친 환아를 둔 이경진(33)씨는 “인공혈관이 있어 수술을 받은 아이는 산에 다니고 뛰어놀 정도로 건강을 되았다. 인공혈관은 단순 ‘도관’을 넘어 밝은 아이로 자라나가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재다”라며 “앞으로 선천선심장병을 가진 아이들도 계속 있을 텐데 확실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 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선천성심장병 환우회는 정부의 이번 방문 이후 활동 계획과 관련해 “아직 정부와 고어사가 만날 날짜를 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밝힐 순 없으나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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