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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약 팔아서 돈 버닝?” 강남 유명 클럽에서 ‘물뽕’ 규탄 행진

등록 2019-03-08 22:05수정 2019-03-09 16:57

현직 클럽 엠디(MD)도 나와 클럽 성폭력 증언

8일 오후9시께 행진 참가자들이 클럽 ‘버닝썬’이 있는 서울 역삼동 르메르디앙 호텔 건물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8일 오후9시께 행진 참가자들이 클럽 ‘버닝썬’이 있는 서울 역삼동 르메르디앙 호텔 건물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싼 테이블을 잡은 손님은 술만 먹으러 온 게 아니니까 물 좋은 ‘물게’(물 좋은 게스트)를 픽업해오라고 한다. 거기서 ‘물게’가 거절하면 물뽕을 먹여도 되겠다는 것이다.”

현직 클럽 엠디(MD·영업직원)가 ‘버닝썬’ 앞에서 클럽 문화를 고발했다. 강간 약물을 사용한 클럽 내 성폭력을 묵인하는 업체와 사법당국을 규탄하는 행진이 ‘버닝썬’ 등 서울 강남 유명 클럽들 앞에서 열렸다.

최근 ‘버닝썬’ 등 일부 클럽에서 직원이나 손님으로 온 남성들이 ‘물뽕’(GHB)이라고 불리는 약물을 써서 손님으로 온 여성들의 정신을 잃게 했다는 폭로가 나온 상태다. 심지어 클럽 쪽에서 약물을 판매했다는 의혹도 있다.

불꽃페미액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7개 여성단체는 8일 오후 8시부터 클럽 내 성폭력과 강간 약물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하는 행진 ‘버닝, 워닝(Buring, Warning)’을 열었다. 주최쪽 추산 300명이 참여한 이날 행진은 2015년 12월 가수 ‘승리’가 투자자들에게 성 접대를 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클럽 ‘아레나’가 있는 신사역에서 시작했다.

행진에 앞서 고추를 엮어 만든 줄을 자르는 ‘강간 문화 커팅식’도 이뤄졌다. 행진 참가자들은 “불태우자 강간문화”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성폭력이 난무하는 클럽문화 불태우자” “유흥업소 경찰유착 성범죄를 처벌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은 성폭력을 유흥으로 소비하는 클럽 문화를 비판하는 데 집중됐다. 주최 쪽은 “여성들은 클럽에서 강간 약물을 먹지 않기 위해 음료를 마시지 않거나 시킨 음료를 늘 들고 다닌다. 신나게 놀지 못하고, 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 누가 날 강간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을 가진다. 남자는 이런 불안을 가지지 않는다. 클럽 내 만연한 성폭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클럽에서 MD로 일하고 있는 참가자의 고발도 나왔다. 그는 “(클럽 직원들은) 여성 직원까지 같이 있는 공간에서도 물뽕에 관한 농담을 하고, 강간에 관한 농담을 하고, 성매매산업의 영업전술과 아주 아주 유사한 전술을 취하라고 직원에게 요구하기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클럽에서 일한다면 클럽 산업이 노래 듣고 춤추러 가는 순수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유흥산업이라는 걸 모를 수 없다”고 말했다.

클럽 내 성폭력이 너무 늦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십수년 전부터 여러 클럽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이 진행됐다”며 “그런데 거기에 경찰 유착, 마약, 탈세 의혹 등이 덧붙여져야 ‘아 여성이 성폭력을 당했구나’고 말이 나온다”고 발언했다. 신 공동운영위원장은 “여러 문제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단연코 여성차별, 성폭력 문화다”라고 지적했다.

행진은 ‘물뽕’ 폭로의 시작이었던 ‘버닝썬’에서 마무리됐다. 버닝썬은 승리가 이사로 재직했던 클럽으로,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마약 판매, 경찰 유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버닝썬’이 있는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호텔 건물 앞에서 참가자들이 춤을 추는 ‘오픈 야외 클럽’도 진행됐다. 주최쪽은 “약물이 없어도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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