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에서 한국 사회 미투 운동의 시작점이 된 서지현 검사가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미투가 번져 나가는 세상이 아니라 미투가 없어지는 세상에서 사는 것입니다. 지금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당하지 않고 맞지 않고 성폭력을 겪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사는 것입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 서지현 검사)
“용기 있는 목소리라고 박수만 치지 말고 그에 맞는 지원 방법을 만들어 주십시오. 피해자가 신원을 공개하고, 생업을 버리고 싸워야 겨우 응답해주는 대한민국은 정상이 아닙니다.” (성평등 디딤돌-미투 특별상 수상자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 오예진 대표)
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계 여성의 날 111주년을 기념해 ‘제35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주관으로 열린 올해 주제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였다.
여성연합 홍보대사인 배우 권해효와 남은주 대구여성회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여성계에서 참석한 가운데 2천명(주최 쪽 추산)이 참석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은 오후 5시부터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드레스코드에 맞춰 보라색이나 검은색 옷·스카프·모자 등을 착용한 참가자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기억연대), ‘체육계 성폭력-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한국이주여성 인권센터 등’ 여성·시민·노동단체들이 운영하는 부스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올해 처음 행사에 참여한 강수민(22)씨는 “금융권이나 대기업이 여성을 차별하며 채용 비리를 저지르는 것이 관행처럼 묵인돼 온 사회를 정부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 참여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성엽(24)씨는 “20대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차별의 주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여성 혐오·차별이 없는 세상을 요구했다. 용화여고 졸업생 김주연씨 등 4명은 무대에 올라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국가는 낙태죄를 통해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정치 및 공공 영역에서 여성은 아직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OECD 국가 부동의 1위인 성별임금격차로 표상되는 노동시장 내 성차별은 여성을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빈곤으로 내몰고 있다”며 “더욱 거세지고 있는 여성들의 용기와 변화의 열망에 대해 사회는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낙태죄는 위헌이다. 헌재는 낙태죄 위헌 제대로 결정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이날 대회는 오후 7시30분께 참가자들이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3·8거리 행진’에 나서며 마무리됐다.
오연서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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