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부당이득금 반환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을 국가가 구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이 부당이득금 반환 문제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가의 국민에 대한 보호책임을 실현할 수 있는 완전하고 효과적인 구제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라”고 밝혔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의 배후에 ‘인혁당 재건위’가 있다고 지목하며 관련자 103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30명을 구속한 사건이다.
인권위의 결정문을 보면, 4·9통일평화재단(이사장 문정현)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 2심 판결에 따라 일부 배상금을 가지급 받았는데, 2011년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변경해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을 늦춤으로써 피해자들이 오히려 국가에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할 처지가 됐다”며 2017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재단은 “피해자들이 재산이 없어 배상금을 반납하지 못하자 압류·경매처분이 들어왔다”며 “가해자인 국가가 피해자들의 재산에 대한 압류·경매처분을 시도하면서 또다시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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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인권위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결과의 적절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재판에 관한 사안이라 인권위의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진실이 규명된 지금까지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구제 조처의 필요성에 대해 대통령에게 의견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국가가 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강제집행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현 상황은 중대한 인권침해의 당사자였던 국가가 올바르게 반성하는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사법부 판단과 별개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피해의 실체를 파악해 피해 회복과 배상 문제를 재검토하고, 관련 입법조치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라”라고 덧붙였다.
한편, 진정을 제기했던 재단은 이같은 인권위의 의견에 대해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의 국가범죄에 대한 배상금이 부당이득금이 돼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2·3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가폭력 피해자인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압류·강제경매 등 반환금 환수 조치를 즉각 취소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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