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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성은 남성 전통춤 전수할수 없다는 결정 “성차별”

등록 2019-03-04 11:59수정 2019-03-04 12:04

인권위 “동래한량춤 전수장학생 선정때 여성 배제한 부산시 성차별”
2005년 부산광역시는 ‘동래한량무’를 지정 무형문화재 14호로 지정했다. 부산광역시 동래구 문화관광 누리집 ‘얼쑤 동래 문화관광’ 제공.
2005년 부산광역시는 ‘동래한량무’를 지정 무형문화재 14호로 지정했다. 부산광역시 동래구 문화관광 누리집 ‘얼쑤 동래 문화관광’ 제공.
남성 춤인 무형문화재 전수장학생을 선정할 때 여성을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4일 부산광역시장에게 장학생 선정 시 성별이 아닌 기능·예능 수준을 기준으로 선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결정문을 보면, 2014년부터 동래한량춤 전수교육을 받은 진정인 정아무개씨와 2012년부터 교육을 받은 김아무개씨는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로부터 지난해 4월 전수장학생으로 추천을 받았다. 그러나 부산광역시무형문화재위원회는 남성 춤인 동래한량춤의 원형이 보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인 정씨와 김씨를 전수장학생으로 선정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정씨는 이같은 결정이 부당한 성차별이라며 지난해 6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동래한량춤은 남성 춤으로, 부산시가 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해 보존·계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 쪽은 성차별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 조사에서 부산시는 “동래한량춤은 동래 지역 한량들이 췄던 남성 춤으로, 남성 춤으로서의 특성은 ‘문화재보호법’이 명시한 원형이자 ‘무형문화재법’에서 명시한 전형(典型)이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성에게만 전승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특징이나 생물학적 차이를 고려했을 때, 여성은 남성이 표현할 수 있는 춤 동작을 구사하기 어려워 춤의 원형이 변형되고 문화재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성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무형문화재의 원형 유지와 관련된 문제라고 부산시는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부산광역시무형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이 성차별에 의한 평등권 침해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무형문화재의 보전 및 진흥의 기본 원칙을 원형이 아닌 전형 유지로 보는 ‘무형문화재법’을 근거로 들었다. 무형문화재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부수적인 요소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무형문화재법에서 말하는 문화재 보전의 기본 원칙이라는 것이다.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무형문화재 전문가들은 “원형은 무형문화재의 원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는 ‘불변성’을 의미하는 반면 전형은 부수적인 요인들의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가변성’의 개념”이라며 “전형 유지를 위해 춤을 구성하는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부수적인 요인들의 다양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성 춤의 정체성을 잘 살릴 능력이나 예술성을 지닌 여성이라면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또 이미 다른 민속 무용들이 성별과 관계없이 전승되고 있다는 점도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동래한량춤과 유사한 무형문화재인 경상남도 한량무 한량역의 경우 여성이 보유자 후보로 지정됐고, 대표적 여성 춤인 살풀이춤은 여성과 남성이 동시에 보유자로 지정됐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아울러 “동래한량춤의 전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는 이수자 선정 과정에서 판단 가능하므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수장학생 선정 과정에서부터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덧붙였다. 무형문화재 전수 장학생은 3년 이상의 전수 교육을 받은 뒤 문화재위원 등 관계 전문가의 심사를 통과해야 이수자로 인정될 수 있다.

이에 인권위는 부산광역시장에게 동래한량춤 전수장학생 선정 시 여성 추천자를 배제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전승자 지정 시 성별이 아닌 기능·예능 수준 등을 기준으로 선정할 것을 권고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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