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에 저작권 침해 동영상이 게시됐더라도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게시물 삭제와 차단 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삭제 등 포털사이트의 조치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국당구아카데미’ 대표 손아무개씨가 카카오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제시물이 게시되었다고 해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 게시물의 삭제와 차단 요구를 받지 않아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기술적·경제적으로 게시물에 대한 관리, 통제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게시물의 성격 등에 비추어 삭제 또는 차단 등 적절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저작권 침해 행위 조치) 요청서에 동영상을 찾기 위한 검색어와 동영상이 업로드된 피고 사이트 내 카페 대표 주소만을 기재했을 뿐 게시물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며 “요청서에 첨부된 자료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찾아내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과도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국당구아카데미는 2005년 7월 유료 당구 동영상 41편을 제작하고 강좌를 개설했다. 그런데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 회원들은 업로드된 모든 동영상을 이용할 수 있는 다음의 ‘티비팟’ 서비스를 통해 이 당구 강좌 동영상을 이용했다. 이 사실을 안 한국당구아카데미는 저작권 침해라며 다음에 동영상 검색 화면과 동영상 화면 캡처한 사진 등을 첨부해 보내며 삭제를 요구했다. 다음은 게시물을 특정할 수 있는 추가 정보를 달라는 답변을 보냈으나 조처를 하지는 않았다. 다음이 카카오에 인수합병되면서 소송 주체는 카카오로 변경됐다.
손씨는 카카오가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카오는 받은 정보로는 어떤 게시물이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특정할 수 없어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모든 게시물에 대해 일일이 저작권 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기술적·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카카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유알엘(URL) 주소나 게시물 제목 등을 적시하지 않아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을 특정해 삭제를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내용증명에 첨부한 자료만으로는 게시물 삭제 등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는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저작권 침해 게시물을 삭제했고 △피고는 원고에게 게시물을 특정해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했으나 원고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2심에서는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카카오의 방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원고로부터 구체적·개별적 게시물 삭제와 차단 요구가 있었고 △기술적·경제적으로 해당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상 조회 수 최대 20만회를 기준으로 1회당 200원씩 계산해 손해배상액을 4억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원고가 저작권 보호 노력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해 2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1심 판결과 같은 판단을 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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