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있는 학생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교사가 복장 규정을 위반한 학생에게 수업시간 중 청소를 지시하는 건 학습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28일 복장 규정을 위반한 학생에게 수업시간 중 청소를 시킨 대전광역시 소재 고등학교 교장에게 ‘학교생활규정’을 정비하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결정문을 보면, 지난해 4월9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인 ㄱ씨는 교복 대신 일반 점퍼를 입었다는 이유로 벌점 1점을 받고 학교 내 봉사(청소) 조처를 받았다. ㄱ씨의 아버지 ㄴ씨는 “학교 규칙에는 벌점 10점 이상일 때 교내 봉사활동을 한다고 돼 있는데 벌점 1점인 학생에게 수업시간 중 청소를 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같은 달 17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학교 쪽은 “학교는 4월부터 교복 착용 규정을 위반한 학생들에게 벌점과 교내 봉사를 함께 부과하고 있다. 학생에게 청소 시간을 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자 학생 스스로 3교시 중 청소를 하겠다고 해서 1층 복도 청소를 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학교의 조처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 및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학교의 ‘학교생활규정’ 제57조(훈계·훈육)를 보면, 벌점이 10점 이상인 경우에 한해 교내 봉사활동을 부여할 수 있는데, 벌점 누계가 1점인 학생에게 교내 봉사활동을 시키는 것은 학습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학생에게 봉사활동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했더라도 그동안 1교시에 주로 봉사활동이 실시된 점에 비추어 볼 때, 학생에게 수업 중 봉사활동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 학교에서 복장 규정을 위반한 학생들은 지난해 3월 말부터 주로 1교시에 학교 내 봉사활동(청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또 학교가 학생들의 복장 규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벌점 부과와 봉사활동(청소)을 시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훈계·훈육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학교 교장에게 벌점 부과와 봉사 조처가 중복되지 않도록 ‘학교생활규정’을 정비하고, 수업시간 중 교내 봉사를 시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교사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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