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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람 살 곳 못 되는’ 정신병원 폐쇄병동, 자발적 입원 20%에 불과

등록 2019-02-27 14:50수정 2019-03-02 12:30

인권위,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결과 발표
한 종합병원의 정신과 병동 모습.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한 종합병원의 정신과 병동 모습.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자발적 퇴원 의사에 대해 부모님이 신뢰하지 못했어요. 부모님 동의로 강제 입원을 하게 된 것이라고 보시면 돼요.” (16번 홍OO)

“병원에 오래 있는 사람들이 제일 불쌍하죠. 병원에서 자유도 없고. 내가 동료 지원가로 일한 병원에서 15년 입원해 있던 환자한테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아이가 보고 싶어서 도망을 나갔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없어졌다고 알아내서 병원에 도로 실려 가서….” (11번 윤OO).

정신장애인들이 실제로 겪은 사례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7일 서울 중구 인권위 사무실에서 연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소개했다.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 정신장애인이 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을 결정하는 경우는 5번에 1번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경우 강제 입원이 행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정신장애인 375명을 대상으로 정신병원 입원 결정에 대해 설문한 결과(중복응답), 정신장애인의 어머니에 의해 입원이 결정된 횟수가 170번(32.6%)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형제·자매, 배우자, 자녀, 친·인척 등 가족에 의한 입원 결정이 72.2%인 반면, 본인이 입원을 결정한 경우는 19.8%에 불과했다. 정신장애인이 자의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입원을 결정한 횟수도 5번이나 됐다.

조사에 응답한 360명 가운데 정신병원이나 정신재활시설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92.2%(332명)였다. 이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은 응답자 312명 가운데 1년 미만이 47.8%(149명)인데 견줘 1년 이상은 52.2%(163명)였다. 10년 이상 입원한 사람도 6.7%(21명)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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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장애인, 갈 곳 없어 퇴원 못한다

정신장애인은 돌아갈 곳이 없어 퇴원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중복응답)를 보면, 정신장애인의 24.1%가 ‘퇴원 후 살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혼자서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응답률도 22%나 됐다. 치료나 일상에 대한 지원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병원이 유일한 정신장애인의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정신장애인 가족들도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장애인의 가족 161명을 대상으로 ‘(정신장애를 가진 가족이)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문한 결과(중복응답), 병원에 머무는 것이 익숙하고 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4%(7명)에 불과했다. 반면 ‘병원 밖에서 정신 질환 증상관리가 어렵다’(13.8%, 40명)거나 ‘혼자서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다’(25.5%, 74명) 등과 같이 사회적 지원이 없어 병원 밖 생활이 불편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퇴원 후 살 곳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17.9%(52명)를 차지했다.

가족들은 병원 환경이 열악한데도 어쩔 수 없이 병원 안에 머무른다고도 했다. 인권위에서 실시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IG)’를 보면, 한 정신장애인의 가족은 이렇게 말했다.

“정신과 병원 환자들 폐쇄병동에 생활하는 거 한 번 보십쇼. 돼지우리도 그런 돼지우리가 없습니다. 그런다고 해서 그 환우들을 가정이나 사회에서 치료한다고 내놓으면 사회 문제가 되고 가정은 또 어떻게 되겠습니까”(광주 FGI)

다른 가족은 “우리 가정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 보니까 애가 하나 아프면 거기에 매여야 되잖아요. 매여서 치료를 해줘야 되는데 그 정부에서 뭐 그런 것도 없고 우리가 벌어서 조달을 해야 되고 하니까 애를 또 떨쳐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입원을 하고 한 두 세 번 입원을 했었어요”(광주 FGI)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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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장애인과 가족, 지역 사회 도움 절실

정신 장애인과 가족들은 지역 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증상 시 필요한 서비스를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 정신장애인은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원 서비스(29.5%)에 이어 의료·사회복지 전문인력의 가정방문 서비스가 필요하다(27.6%)고 답했다. 가족들 또한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원 서비스(30.4%)에 이어 의료·사회복지 전문인력의 가정방문 서비스(28.6%)가 필요하다고 비슷한 비율로 답했다.

그러나 이들이 느끼기에 지역사회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신장애인의 27.8%는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이 적다’고 답했다. 인권위에서 실시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도 한 정신장애인은 “저는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게 자살을 막아주는 가장 큰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살을 막아주는”이라고 말했다. 이에 “내가 정말 위험한 상태다 싶으면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실 거예요?”라고 묻자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정신 장애인이 스스로 위험을 느낄 때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정신병원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정신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장애인 가족의 경제적 상태는 ‘중’ 83명(51.6%), ‘하’ 74명(46.0%), ‘상’ 4명(2.5%)로 나타났다. 기초생활수급권자도 26명(16.1%)이나 됐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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