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결과 발표
한 종합병원의 정신과 병동 모습.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정신 장애인, 갈 곳 없어 퇴원 못한다 정신장애인은 돌아갈 곳이 없어 퇴원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중복응답)를 보면, 정신장애인의 24.1%가 ‘퇴원 후 살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혼자서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응답률도 22%나 됐다. 치료나 일상에 대한 지원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병원이 유일한 정신장애인의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정신장애인 가족들도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장애인의 가족 161명을 대상으로 ‘(정신장애를 가진 가족이)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문한 결과(중복응답), 병원에 머무는 것이 익숙하고 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4%(7명)에 불과했다. 반면 ‘병원 밖에서 정신 질환 증상관리가 어렵다’(13.8%, 40명)거나 ‘혼자서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다’(25.5%, 74명) 등과 같이 사회적 지원이 없어 병원 밖 생활이 불편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퇴원 후 살 곳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17.9%(52명)를 차지했다. 가족들은 병원 환경이 열악한데도 어쩔 수 없이 병원 안에 머무른다고도 했다. 인권위에서 실시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IG)’를 보면, 한 정신장애인의 가족은 이렇게 말했다.
“정신과 병원 환자들 폐쇄병동에 생활하는 거 한 번 보십쇼. 돼지우리도 그런 돼지우리가 없습니다. 그런다고 해서 그 환우들을 가정이나 사회에서 치료한다고 내놓으면 사회 문제가 되고 가정은 또 어떻게 되겠습니까”(광주 FGI)
정신 장애인과 가족, 지역 사회 도움 절실 정신 장애인과 가족들은 지역 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증상 시 필요한 서비스를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 정신장애인은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원 서비스(29.5%)에 이어 의료·사회복지 전문인력의 가정방문 서비스가 필요하다(27.6%)고 답했다. 가족들 또한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원 서비스(30.4%)에 이어 의료·사회복지 전문인력의 가정방문 서비스(28.6%)가 필요하다고 비슷한 비율로 답했다. 그러나 이들이 느끼기에 지역사회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신장애인의 27.8%는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이 적다’고 답했다. 인권위에서 실시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도 한 정신장애인은 “저는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게 자살을 막아주는 가장 큰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살을 막아주는”이라고 말했다. 이에 “내가 정말 위험한 상태다 싶으면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실 거예요?”라고 묻자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정신 장애인이 스스로 위험을 느낄 때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정신병원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정신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장애인 가족의 경제적 상태는 ‘중’ 83명(51.6%), ‘하’ 74명(46.0%), ‘상’ 4명(2.5%)로 나타났다. 기초생활수급권자도 26명(16.1%)이나 됐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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