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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늑장 수사진 교체·부실 자료 제출…경찰, ‘버닝썬’ 수사 의지 있나?

등록 2019-02-25 17:20수정 2019-02-25 21:00

‘의혹 주체’ 강남경찰서에 수사 맡겼다가 여론 뭇매에 광수대 이관
버닝썬 지분 소유 최아무개씨 경찰발전위원 여부도 “모르겠다” 일관

누리꾼들은 “경찰 못 믿겠다” “검찰이 수사하라” 아우성
서울 강남경찰서. 이준희 기자.
서울 강남경찰서. 이준희 기자.
경찰이 서울 강남경찰서와 유착 의혹이 불거진 클럽 ‘버닝썬’ 사건의 수사 주체를 두고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다 국회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사실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주먹구구식 대응을 하고 있다. 경찰이 스스로 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우선 ‘버닝썬’ 폭행 사건을 유착 의혹 당사자인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한다는 방침을 고집하다가 언론의 융단 폭격을 맞은 뒤에야 해당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이송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1월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김아무개씨를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체포해 공무집행방해, 성추행, 폭행 등 혐의로 수사를 해왔다. 하지만 버닝썬과 유착 의혹이 있는 강남경찰서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사건 초반부터 제기됐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씨 사건을 강남경찰서가 맡는 것이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강남경찰서에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었다. 그래서 굳이 이걸 (서울)지방경찰청으로 가져올 건 아니다. 폭력 사건이라 매우 단순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원 청장이 이런 답변을 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24일 서울지방경찰청은 김씨 사건을 강남경찰서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이송했다.

경찰이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도 부실 투성이였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달 29일 경찰에 버닝썬 사건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2주가 지난 2월13일 경찰이 제출한 자료에는 버닝썬 폭행 사건 관련 신고접수내역, 버닝썬 관련 112 신고 전체 현황,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 현장 조처 과정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경찰은 우선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을 제출하면서 제대로 된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경찰이 의원실에 제출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에는 버닝썬 투자사 대표인 최아무개씨가 익명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최씨는 버닝썬이 위치한 르메르디앙서울호텔 대표도 맡고 있다. 경찰과의 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버닝썬의 지분을 소유한 회사 대표가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두고 <한겨레>는 24일 거듭 강남경찰서 관계자에게 최씨가 경찰발전위원이 맞냐고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담당 과장은 “모르겠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이후 <한겨레>가 다른 루트로 최씨가 경찰발전위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뒤에야 경찰은 최씨가 지난해 12월31일 해촉된 상태며 현재는 경찰발전위원이 아니라고 거듭 밝혀왔다.

또한, 경찰은 강남소방서의 119구급차 출동 과정 등과 관련해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과거 해명을 그대로 의원실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씨 폭행 사건 당시 김씨가 부상을 당했지만 경찰이 김씨를 구급차에 타지 못하게 했다는 보도가 지난달 말 나오자 이재훈 강남경찰서장은 이 보도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당시 강남경찰서는 “처음에는 피의자가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게 거친 언행과 함께 돌아가라며 거부”를 했고 “두 번째 출동 시 (소방서) 구급대원이 상태를 확인 후, 긴급히 후송할 환자가 아니라는 판단하고 철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문화방송>(MBC)은 구급활동일지와 소방서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실제 <한겨레>가 이재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강남소방서의 첫 번째 출동 구급활동일지를 보면, “현장도착 한 바 본인(김씨)은 경찰에게 폭행 주장. 치료는 나중에 받겠다며 경찰관 처벌부터 해달라 함”이라고 적혀 있다. 김씨가 구급대원에게 욕을 하며 돌아가라고 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경찰은 MBC의 반박 보도가 나간 뒤에 제출한 의원실 자료에 여전히 “피의자의 욕설과 치료거부로 인하여 119구급대 철수”라고 한 기존 해명을 그대로 담았다.

두 번째 출동 구급활동일지 내용도 경찰의 설명과는 다르다. 강남소방서의 구급활동일지에는 “역삼지구대 경찰이 조사 후 병원 이송해야 한다 하여 역삼지구대 환자 인계 후 귀소”라고 적혀 있다. 경찰이 이재정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는 “119 요원은 위급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 철수”라고만 적혀 있다. 소방서 구급대원들이 상황을 판단했다는 경찰 자료와 달리 소방서 자료에는 경찰이 “조사 후 병원 이송해야 한다”고 먼저 목소리를 냈다고 적혀 있는 것이다. 이날 저녁 8시44분께 이뤄진 김씨 어머니의 112신고 녹취에도 ‘경찰이 병원에 보내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2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최종 판단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경찰관들이 119구급대원들에게 ‘촉각을 다투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판단한 것”이라며 “내용을 축약하다보니 (서울경찰청에) 보고한 내용이 그렇게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호텔에 있었던 클럽 ‘버닝썬’이 간판을 내린 채 운영을 중단한 모습. 이준희 기자.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호텔에 있었던 클럽 ‘버닝썬’이 간판을 내린 채 운영을 중단한 모습. 이준희 기자.
경찰의 이런 부실대응은 불신을 키우고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버닝썬에 대한 <한겨레> 보도를 보면 “경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강남경찰서는 물론 경찰이 수사에서 빠져야 한다는 댓글을 여러 개 찾아볼 수 있다.

25일 <한겨레>의 ‘‘버닝썬’ 투자사 대표,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이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검경 말고 특검으로 다뤄라”(tero****), “일단 경찰수사의 신뢰가 무너진 듯합니다. 검찰수사 바랍니다”(paul****), “이걸 사전에 공개 안 한 경찰은 모든 신뢰를 잃었다. 이제 검찰에게 모조리 조사 맡겨라”(mach****) “인터넷 등기소에서 돈 오천원이면 싹 다 알아볼 수 있던 사실들을 지금까지 못 밝히고 단순 폭행 및 마약 사건으로 바라본 관할서는 무능한 건가? 부정한 건가? 게으른 건가?”(svt2****)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경찰 유착 문제를 포함해 클럽과 관련된 불법을 없애기 위한 종합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버닝썬 클럽에 대해 직접 수사를 확대해보니 수면 아래에서 문제가 커지고 있었다”며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이뤄지는 불법과 이를 토대로 발생하는 2차적인 범죄는 물론 경찰관 유착비리 등 불법 카르텔을 없애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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