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 뒤 사망한 남성의 유족이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남인수 판사는 메르스 ‘104번 환자'였던 정아무개씨의 유족이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는 정씨의 아내에게 3790만원을 지급하고, 재단은 그중 66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또 “국가는 정씨의 자녀 3명에게 각 2160여만원씩 지급하고, 재단은 그중 4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씨는 2015년 5월 아내와 함께 복통을 호소하는 자녀를 데리고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가 입원했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걸렸다. 그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8일 만에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2015년 9월 “병원과 국가가 메르스 사전 감염 예방과 메르스 노출 위험을 고지하는 등 사후 피해 확대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해 정씨가 사망하게 됐다”며 총 1억72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의 과실과 정씨의 메르스 감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번 환자의 동선을 따라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관의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정씨의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14번 환자도 조사될 수 있었다”고 짚었다.
특히 재판부는 보건당국의 관리 책임을 병원보다 더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이 접촉자 분류 업무를 전적으로 담당했다 하더라도 보건당국의 관리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며 “결국 보건당국이 메르스 위험 노출 고지 및 증상 확인 등 능동감시 의무를 불이행해 정씨가 메르스 진단 및 치료 기회를 상실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메르스의 치명률이 약 40%인 점 등을 종합해 국가의 책임을 50%로 제한해 배상금을 산정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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