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기동물 보호소인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경기도 검사 결과 10개 중 9개 시료서 파보 검출
입양 직전 파보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은 유기견도
“지자체가 ‘위탁’ 아닌 ‘직영’으로 보호소 운영해야”
경기도 검사 결과 10개 중 9개 시료서 파보 검출
입양 직전 파보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은 유기견도
“지자체가 ‘위탁’ 아닌 ‘직영’으로 보호소 운영해야”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P1NWdRESnLk
수도권 최대 규모의 유기동물 보호소인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동구협)에 치사율 80% 이상인 개 파보 바이러스가 유행해 지난해 최소 32마리의 유기견이 숨진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동구협은 서울시 20개구와 경기도 7개 시군으로부터 유기 동물을 위탁 받아 보호하는 대규모 동물보호센터다. 동구협이 보호 중인 유기동물 가운데 경기도 포천 지역의 파보 사망견만 32마리로 확인된 상황이라 포천 외 26개 지역의 개체까지 따져보면 파보로 사망한 개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면역 안 된 어린 개 100% 치사율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는 장세포가 파괴돼 혈변을 보게 되며 이 혈변에 섞인 바이러스가 주변으로 옮겨져 주위에 있는 다른 개들까지 빠르게 감염시킨다.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잠복기에도 바이러스가 배출돼 전염성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박최규 경북대 교수(수의전염병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분변으로 바이러스가 배설된다. (개들은 분변을 몸에 묻히고 다니기 때문에) 감염된 개와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다. 음수나 사료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며 “면역이 안 된 어린 개가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까지 이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구협은 유기견뿐 아니라 유기견을 보호하는 케이지나 시설 바닥 등도 파보 바이러스에 심하게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경기도 의뢰를 받아 동구협에 있는 유기견의 분변과 콧물 등 동물 시료 8점, 케이지와 시설 바닥 등 환경 시료 2점을 임의로 채취해 검사했더니 시료 10점 중 9점(90%)에서 파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실시한 서울시 검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시가 동구협에서 동물 시료 14점, 환경 시료 16점을 임의로 채취해 검사한 결과 30점 가운데 21점(70%)에서 파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검사 결과에 대해 유한상 건국대 교수(수의전염병학)는 “상당히 심각하다. 전반적으로 다 오염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개체들이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는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 동물들은 원래 주인이 찾아오거나 새로운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대부분 15일~20일 안에 안락사 당한다. 파보의 최대 잠복기가 14일인 점을 감안하면 파보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알기도 전에 안락사를 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개체가 보호소에 들어온 뒤 며칠 만에 다른 개체에 의해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이 개가 혈변을 보는 등 증상을 나타내기 전에 안락사를 당하면 파보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문제는 증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복기에도 개들은 파보 바이러스를 분출한다는 점이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확률적으로 절반 정도 동물은 이미 파보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환경 시료에서도 굉장히 많이 검출됐기 때문에 현재 안 걸려 있어도 잠재적으로 파보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파보 걸린 개 입양 문제도
건강한 개들이 보호소에 들어와 파보에 감염돼 죽는 것도 문제지만, 파보 잠복기인 걸 모른 채 다른 곳으로 입양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10월 동구협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려던 최보윤(43)씨는 입양 직전 자신이 입양하려던 개가 갑자기 파보 장염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양을 결정할 때는 멀쩡하던 개가 갑작스레 혈변을 보며 죽어버렸다는 소식을 들은 최씨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동구협으로부터 파보 바이러스에 걸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듣지 못 했다. 기침을 한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더 빨리 알았다면 데려와 치료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못 살린 것에 대한 죄책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파보에 걸린 것을 모르고 입양했다면 집에서 키우던 개까지 감염돼 죽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씨가 입양하려던 개는 동구협에 들어온 지 15일 만에 파보 장염 증상이 나타났고 증상이 발현되자마자 바로 죽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최대 잠복기 14일을 고려하면 건강하던 개가 보호소에 들어온 뒤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태는 유기동물을 건강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동구협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수백마리의 유기동물이 집단생활하는 보호소의 특성상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질병을 가진 유기동물의 격리 및 소독 등을 소홀히 했다는 잘못은 여전히 남는다.
전문가들은 파보 바이러스가 발생한 경우 파보가 걸린 개체가 있던 방을 전부 비우고 소독을 해야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지적한다. 박최규 교수는 “사육 공간이 오염됐을 때 거기에 감염될 수 있는 동물이 남아 있으면 또 감염돼 바이러스를 배설하고 환경이 다시 오염되고 다음 개체가 감염되는 일이 반복된다”며 “고리를 끊어주려면 사육 시설을 완전히 비우고 일정 기간 청소와 소독을 해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앤 뒤 동물을 입실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동구협은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파보 감염 개체가 발견되면 이 개체가 있던 케이지(우리)만 빼서 소독하는 방식으로 보호소를 관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입수한 보호소 내부 사진을 보면 개체별 케이지가 촘촘하게 붙어 있다. 이런 환경에서 파보가 발현됐을 때는 이미 주변의 개체들까지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하나의 케이지만 소독하는 방식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죽음의 수용소, 포천방
동구협은 포천 지역에서 포획한 개체들 가운데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체들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포천방’을 따로 만들어 관리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포천 지역에서 포획된 개체들 가운데 건강한 개체까지 ‘포천방’에서 파보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씨가 입양하기 직전 파보로 급사한 유기견도 당시 ‘포천방’에 격리된 상태였다. 동구협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포천에서 파보가 많이 나와서 따로 모아놓았다”고 밝혔다. 동구협에 들어온 개체들은 첫날 ‘신입방’에서 하루 격리됐다가 질병이 확인되면 격리실에 따로 보호되고 질병이 확인되지 않으면 ‘일반방’에서 보호된다. 그러나 포천에서 포획된 개체들은 이런 ‘신입방’을 거치지 않은 채 바로 ‘포천방’에 격리됐다. 포천방에서는 건강한 개체까지 파보로 죽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동구협은 ‘포천방’ 전체를 소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포천방에 있던 개체들을 서울시나 경기도의 다른 시군에서 포획된 개체들이 있던 방으로 옮겼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11월29일 포천시 축산과 담당자가 동구협에 위생 상태를 점검하러 나간다고 통보하자, 동구협은 문제의 ‘포천방’을 소독하기 위해 ‘포천방’에 있던 개체들을 다른 개체들이 있는 ‘일반동’으로 분산해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개체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큰데도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12월18일 서울시가 동구협 ‘일반동’의 파보 바이러스 오염도를 검사한 결과 개 분변 시료 및 환경 시료의 70%가 파보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양이가 걸리면 치사율 70%인 범백도
동구협은 개 파보 바이러스뿐 아니라 고양이에게 범백혈구 감소증(범백)을 일으키는 범백 바이러스 오염도도 높게 나타났다. 범백의 치사율은 70% 이상이다. 서울시가 같은 날 동구협의 고양이 분변과 고양이 사육장 환경시료 11점에 대한 바이러스를 검사한 결과 모두 11점 가운데 6점(54%)이 범백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북부의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일단 고양이가 동구협에 들어가면 범백에 걸린다고 100% 확신한다”며 “가장 큰 원인은 소독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기동물 보호를 동구협에 위탁하는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다. 지자체는 위탁을 맡긴 동물보호센터를 1년에 2번 이상 의무적으로 점검하게 돼 있으나 포천시의 경우 지난해 한 번도 센터를 점검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동구협의 포천방에서 파보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소독 및 예방접종 지시를 내린 것이 전부다. 포천시는 재검 등 파보 오염도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상황에 대해 포천시 축산과 담당자는 “어떤 시설에서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시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니다”며 “법정 전염병이라면 막아야 할 책임이 있지만 어디에서든 발생되는 질병을 책임지라고 하는 건 과하다”고 말했다. 치사율 80% 이상인 파보 장염을 감기에 빗대 설명한 것이다.
서울시도 재검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포천시 등 지자체들은 오히려 파보 바이러스의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피시알(PCR) 검사가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항변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이번 검사는 피시알 유전자 검사로 이뤄졌는데 죽은 바이러스까지 검출될 수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해서 무조건 질병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시료의 70% 이상에서 파보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박최규 교수는 “죽어 있는 바이러스도 검출될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살아 있는 개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면 살아있는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크다”며 “PCR 검사라 해도 이렇게 많이 검출되는 건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와 서울시의 요청으로 파보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도 “백신을 갓 맞은 개체는 백신에 들어 있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될 수 있다”면서도 “(동구협에) 파보 바이러스 오염은 분명히 있다”이라고 말했다. 12월 이후 재검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동구협에 여전히 파보 바이러스가 남아있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
■ 다른 유기동물 보호소는 다를까
이번 사태는 비단 동구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가 비슷한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호소의 수용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기동물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다 보니 전염성 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구협의 경우에도 파보 바이러스에 오염된 방을 완전히 비우고 소독하기 위해 임시로 유기동물을 수용할 별도 시설이 필요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보호소내 전염성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원칙적으로 모든 개체가 입소 첫날부터 잠복기(파보의 경우 14일) 이상 각각 격리된 상태로 지내는 게 원칙이지만 이런 시설을 갖춘 보호소는 거의 없다.
채일택 팀장은 “지자체가 유기 동물을 위한 직영 보호소를 직접 운영해야하는데 재정 여건 등의 이유로 위탁을 보내는 게 근본적 문제”라며 “보호소가 위탁을 받아주지 않으면 유기 동물을 보낼 데가 없으니 문제가 생겨도 지자체가 시정 요구를 못 하고 덮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P1NWdRESnLk
취재/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연출/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경기도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뢰해 실시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파보 바이러스 검사 결과. 시료 10점 중 9점(90%)에서 파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경기도 제공
서울시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뢰해 실시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파보 바이러스 검사 결과. 시료 30점 중 21점(70%)에서 파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서울시 제공
새 주인을 만나 입양되기 직전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은 유기견.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홈페이지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의 포천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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