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세대 열람내역서’를 위조해 세입자가 없는 것처럼 속인 뒤 ‘깡통 주택’을 담보로 13억원을 빌려 가로챈 대출사기단이 재판에 넘겨졌다. 깡통 주택은 집값보다 전세금 등 채무가 더 많은 주택이다.
서울 북부지검 건설·조세·재정범죄전담부(부장 김명수)는 세입자가 있는 미분양 빌라 등 ‘깡통 주택’을 싼 값에 사들여 전입세대 열람내역서를 위조해 세입자가 없는 것처럼 속인 뒤, 이 부동산을 담보로 14명으로부터 28차례에 걸쳐 13억원을 빌려 갚지 않은 양아무개(55)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 수사 내용을 종합하면, 양씨는 인천과 경기도 부천·광명 등의 부동산중개업소를 돌며 6000만~1억5000만원 짜리 깡통주택을 사들였다. 이후 인터넷을 통해 전입세대 열람내역서를 출력해 세입자가 없는 것처럼 위조한 뒤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양씨 등은 빌린 돈의 일부로 다시 깡통 주택을 매입해 같은 수법으로 대출을 받았고, 이렇게 빌린 돈이 13억원에 달했다. 의류판매·유통업에 종사했던 양씨 일당은 빌린 돈의 상당수를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사업을 하다보니 양씨 등이 피해자들을 알음알음 소개로 알게 됐다”며 “인터넷 광고 등을 보고 (투자 차원에서) 양씨에게 돈을 빌려준 일반인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인터넷으로 발급되는 전입세대 열람내역서가 위조에 취약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인이나 마크 등 위조방치 조처가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입세대 열람내역서는 주거용 부동산에 선순위 세입자가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문서다. 검찰은 “주민등록등본 등과 달리 전입세대열람 내역서는 관공서에서 별도의 관인이나 위조 방지용 표식 없이 종이에 프린터로 출력·발급하고 있어 위조가 쉽다”며 “금전 거래를 할 때 위조 여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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