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재직 당시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산하기관장 교체를 위해 표적 감찰을 했다는 환경부 ‘표적 물갈이’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이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인사를 처음으로 기소할지, 또 김 전 장관 ‘이상’의 권력 핵심부로 수사를 확대할지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한겨레> 확인 결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지난 1일 김 전 장관을 불러 조사했으며, 조만간 한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직권남용혐의로 기소할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김 전 장관은 첫 조사에서 ‘전 정부 임명 기관장 교체’ 필요성은 언급했지만, 표적 감찰 지시는 없었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산하기관장을 갈아야 한다. 내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지만, 이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포괄적으로 교체를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었고 표적 감찰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김 전 장관이 ‘표적 물갈이’ 명단 작성을 지시하고 사표 제출 거부자를 상대로 한 감사 결과를 직접 보고받은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처도 해놓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환경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감사관실 컴퓨터에서 ‘장관 보고용 폴더’를 발견했다. 이 폴더에는 사퇴를 거부하는 김현민 전 환경공단 상임감사와 강만옥 전 환경공단 경영기획본부장에 대해 “철저히 조사 뒤 사퇴 거부하면 고발 조치” 등의 내용을 담은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 파일이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문건이 최소 5차례 이상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 내용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환경부 감사관실 직원이 ‘차관에게 보고했다. 장관은 몰랐다’고 진술하다가 반복되는 대질신문 과정에서 결국 ‘장관에게 직보했다’고 진술을 뒤집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한 추가 조사에서 청와대나 여권 인사가 ‘표적 물갈이’ 명단 작성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혼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상의 단계는 일단 김 전 장관 추가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고 규명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표적 물갈이’ 의혹은 지난해 말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이던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와중에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이란 문건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이 김 전 장관과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황춘화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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