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한변호사협회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하면서 민변 경험이 있는 법조인을 최종 후보자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 대한변협 협회장은 “(민변 배제) 원칙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자 중 민변 출신은 모두 최종 후보에 들지 못 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이 오는 4월 임기가 끝나는 조용호·서기석 재판관 후임을 추천하면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이었던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최종 후보자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박 교수는 민변 국제연대위원장을 맡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지난달 말까지 회원들에게 신임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추천받았다고 한다. 최근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사법평가위원회가 회원들로부터 추천받은 법조인 등을 대상으로 투표했다고 한다. 위원회는 상위 득표를 한 6~7명의 후보자를 변협 집행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여기에 박 교수와 민변 출신 법조인 2명이 더 포함돼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변협은 18일 이들 세 명을 빼고 6명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강신섭(62·13기), 김용헌(64·11기), 전현정(53·22기), 황정근(58·15기) 변호사와 김하열(56·21기), 황도수(59·18기) 교수 등이다. 사법평가위원회 규정상 추천 결과는 협회장에게 ‘건의’하도록 돼있다.
사법평가위원회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박 교수와 또 다른 민변 출신 법조인이 후보자 군에 있었는데 (협회장과 집행부가) 이들 대신 다른 사람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한 사법평가위원은 “민변 배제 원칙을 세운 건 아니지만 최종 명단을 보면 (민변 출신을) 배제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라며 “박 교수는 후보자 중 공동 1등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배제됐다. 협회장이 위원회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김 협회장이 내부적으로 민변 배제 원칙을 세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협회장은 “(민변 배제 원칙은) 사실이 아니”라며 “위원회에서 추천하면 이를 참고해 협회장이 결정한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현재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변호인이었던 황정근 변호사를 추천한 것에 대해서는 “황 변호사는 이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명단에도 올랐다. 평판과 자질을 봤다”고 답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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