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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원 “경영상 어려움 노동자에 전가 말아야”

등록 2019-02-14 12:24수정 2019-02-14 20:01

통상임금 재산정 뒤 추가 수당 청구 소송서
회사 쪽 손들어 준 원심 판결 파기환송
“기업 존립 위태롭게 하는지 신중히 판단해야”
대법원. 한겨레 자료 사진
대법원. 한겨레 자료 사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인상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법정수당(연장근로 등) 추가 지급 소송이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 지급했어야 할 임금을 주지 않았으니 소급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과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인정되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법원이 14일 “경영상 어려움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판단을 추가로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박아무개(61)씨 등 22명이 추가 법정수당을 청구한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신의칙을 적용해 회사 쪽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신의칙’이란 노사가 형평과 신뢰를 깨지 않도록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개념인데, 이를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에 앞서 적용하려면 매우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며, 경영 상황은 기업 안팎의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고 전제한 뒤,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라 청구한 추가 법정수당을 ‘회사에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사용자가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1·2심은 버스기사들이 청구한 추가 법정수당이 7억8260여만원(2011년 8월~2012년 11월 분)에 이른다고 지적한 뒤 “회사가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면 예측하지 못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된다. 이는 신의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반면 대법원은 “소멸시효를 따진 추가 지급 법정수당은 4억여원 정도인데, 이는 회사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인건비의 5~10%에 불과하다”며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이익잉여금(2013년 3억여원) △5년 연속 영업이익 △버스준공영제에 따른 안정적 경영 보장도 이유로 들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추가 법정수당 지급이라는 새로운 재정적 부담”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전합 판결 이후 하급심에서는 △추가 지급액이 당기순이익 초과 △당기순손실 △자본잠식 △구조조정 △파산 선고 등 외형적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명백한 경우에 회사 쪽의 ‘신의칙 항변’을 인정했다. 이런 경우에는 추가 법정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급심뿐 아니라 대법원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해 그때그때 기준을 달리 판단해왔다. 2014년 5월 한국지엠(GM) 사건에선 추가 지급 대상자가 1만1000여명에 달하는 점 등을 들어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반면 지난해 12월에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노동자들이 낸 비슷한 사건에서 당기순이익을 고려해 노동자 쪽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매출액, 인건비, 이익영여금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많은 사업장의 경영상태가 이 버스회사보다 좋다”고 분석했다. 현재 100여개 기업이 통상임금 소송을 겪고 있다. 대법원에도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등의 소송이 계류돼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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