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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정관리’ 화승 어음 못 갚아서…매장 관리자 240명 신용불량 추락 위기

등록 2019-02-13 16:29수정 2019-02-13 20:25

매니저들이 화승 대신 13일까지 65억 어음 대금 갚아야
화승 “개인대출로 전환” 요청…매니저 “그걸 왜 우리가 갚나”
백화점 등에서 스포츠 패션 브랜드 르까프와 케이스위스, 머렐 매장을 관리하는 매니저 240명가량이 이 브랜드를 유통하는 화승으로부터 판매 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부도나면서 대량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르까프·케이스위스·머렐 등 3개 브랜드를 유통하는 화승은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1일 채권 추심과 자산 처분을 막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화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화승이 유통하는 브랜드 매장 매니저(중간관리자) 240명가량이 화승이 은행에 갚아야 할 어음 대금을 대신 갚아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13일 매니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화승 매니저들은 이제까지 판매 대금으로 현금 대신 화승이 발행한 6개월짜리 어음을 받아왔다. 매달 20일 전자어음을 받으면 매니저는 이 전자어음에 배서한 뒤 25일까지 디에이치(DH)저축은행에서 어음을 현금으로 바꾸는 구조였다. 화승은 6개월 뒤 어음 대금을 은행에 갚아왔다.

그런데 화승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서 지난 1일부터 디에이치저축은행에 갚았어야 할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의 어음 대금을 갚지 못하는 상태에 처했다. 지난해 12월과 1월은 금융감독원의 지적에 따라 은행에서 화승의 어음 할인을 중단했다. 어음은 발행하는 사람이 일정한 금전의 지급을 약속하거나 또는 제3자에게 그 지급을 위탁하는 유가증권인데, 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화승이 지급하기로 약속한 총 금액이 약 65억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은 이 돈을 매니저들에게 “8월부터 11월까지 받은 어음은 그 어음에 배서한 매니저들이 갚아야 한다”고 밝히고 나섰다.

이 때문에 매니저들은 당장 13일까지 화승의 어음 대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신용불량자가 된다. 디에이치저축은행이 지난 7일 매니저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면, ‘할인어음 금액이 상환되지 않을 경우 카드사의 신용카드 정지, 재산압류 조치 등의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되어있다. 한 브랜드 매니저 ㄱ씨는 “피해액이 모두 8000만원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ㄱ씨는 “8~11월 어음 금액이 6500만원이고, 여기다 이자까지 약 포함하면 7000만원을 넘게 갚아야 한다. 거기다가 매장을 시작할 때 낸 현금 보증금 1000만원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에이치저축은행은 “만기 일자가 지난 어음은 이자 8.5%에 연체금리가 3% 적용 돼 총 11.5%의 이자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니저들은 일을 하기 위해 화승의 어음 지급 방식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화승에서 은행 본사가 있는 부산으로 가서 계약서를 쓰라고 했다. 나도 그랬지만 다른 매니저들도 왜 은행에 가는지도 몰랐을 거다. 어쨌든 우리는 돈을 받아야 직원들 월급도 주고, 매장 운영비, 생활비를 쓸 수가 있으니까 돈을 받으려고 본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니저 ㄴ씨도 “화승에서 돈을 이런 방식으로 주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여신거래약정서에 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매니저들은 화승에 대금을 청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들이 화승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니저가 본사로부터 받는 돈은 ‘임금’이 아니라 ‘수수료’다. ㄴ씨는 “임금이 아니라서 우선 변제가 안 된다고 한다”며 “화승에서 인테리어하고 화승에서 잡은 매장에 나는 이력서를 내고 뽑혀서 몸만 들어와서 장사했던 건데 노동자가 아니라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ㄴ씨는 이어 “회사가 살려면 매장에서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살아남아야 하고, 매장에서 판매가 잘 이뤄져야지만 기업이 회생할 수가 있는데 임금으로 인정을 안 해줘서 지금 다 신용불량자가 되어 버리는 상황이 왔다. 회사가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어음을 해결해줘야 우리도 매출을 올려서 회사를 살릴 수 있다. 이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승은 매니저들에게 부도 어음을 개인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화승이 13일 매니저들에게 알린 ‘중간관리자 부도 어음 일반대출 전환 관련 진행사항’을 보면, “중간관리자(매니저) 신용하락, 금융거래 불이익 및 저축은행의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방지”하기 위해 매니저들에게 부도 어음을 개인대출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8월~11월치 어음을 각각 2월13일, 2월말, 3월말, 4월말까지 은행에 상환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개인대출로 전환하면 총액의 10%를 우선 변제한 뒤 나머지 대금을 12개월 분할 상환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매니저들은 반발하고 있다. ㄱ씨는 “돈을 줘야 하는 사람이 ‘나는 줄 수가 없으니, 당장 돈이 필요하면 내가 새로운 일수꾼을 알려주겠다’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라고 말했다. ㄴ씨는 “개인대출로 돌린다는 건, 그 빚 자체를 온전히 매니저의 빚으로 인정하는 것밖엔 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갚아야 할 돈인데 왜 그걸 매니저들이 내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화승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 달 내에 기업회생 개시 결정이 날 예정인데 그때까진 모든 비용 결제가 동결된 상태라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안은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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