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3시50분께 국회 앞에서 택시 기사의 분신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국회로 돌진하던 개인택시는 지나가던 차량과 충돌해 멈춰섰다. 사진 한겨레 영상 갈무리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택시 기사의 분신으로 추정되는 택시 화재가 또 다시 발생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 기사의 세 번째 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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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3시 50분께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개인 택시에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택시는 불이 붙은 상태로 여의도공원에서 국회 정문 방향으로 돌진했으며, 국회 앞을 지나가던 차량과 충돌해 멈춰섰다. 화재는 국회 앞 경찰에 의해 곧장 소화기로 진압됐다. 택시 기사는 서울에서 택시를 운영하는 김아무개(62)씨로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심각한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택시에는 ’카카오앱을 지웁시다. 우리가 살기 위한 길입니다. 카풀, 저지, 투쟁’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김씨는 이날 오전 11시께 더불어민주당사 앞 카풀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오후 2시엔 국회 앞 농성 현장을 찾아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권(65) 개인택시조합연합회 조합원은 “김씨는 대의원으로 사명감을 갖고 카풀 사태가 타결·종결되기를 바라며 계속 농성장에 나왔다”며 “오늘 오전에 (공유차량업체인) ‘타다’를 검찰에 고발했는데 오후에 이 같은 내용을 이야기했다. 카풀 저지 운동이 질질 끌리는데 비통함을 느끼고 답변 없는 정부에 화가 나 있었다”고 말했다. 김용권 조합원은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해도 분신할 거란 낌새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택시 기사가 스스로 몸에 물을 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목격자 김승배(53)씨는 “불이 엔진이 아니라 차량 안, 실내에서 나고 있었다. 운전석 쪽에서 까맣게 엄청난 연기가 나왔다”며 “운전자가 전신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차량 감식 결과 인화성 물질을 사용한 것이 확인됐고 조수석 보관함에서는 카카오 택시 정책에 대한 불만을 쓴 유서성 메모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차량 안에서는 카풀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도 발견됐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해 국회 앞에서 택시기사 최아무개(57)씨가 자신의 택시 안에서 분신했다. 지난 1월에는 경기도 수원의 택시기사가 광화문에서 택시에 스스로 불을 질렀다. 이들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유진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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