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에 시민들의 추모 글이 빼곡히 붙어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산재 없는 세상에서 편안히 쉬세요.’ ‘내가 김용균이다. 죽음의 외주화 타도.’
지난해 12월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씨의 빈소 앞에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놓은 글들이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5일 김씨 사고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데 따라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김씨가 숨을 거둔 지 두달 만에 치르는 장례는 ‘민주사회장’으로 열린다. 장례 첫날인 7일 빈소 앞에는 김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보라색 리본과 김씨의 생전 사진을 본떠서 만든 배지와 옷핀, 방명록이 놓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날 오후에는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조정식 정책위의장, 우원식 의원 등이 빈소를 방문했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조문했다. 이 대표는 김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만나 “다시는 아드님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여러 가지 종합적인 대책을 만들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정책위의장도 “당정이 참여하는 안전강화·고용안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5가지 후속 대책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거듭 요구했다. 김씨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노동자들 여럿이 죽어 나가면 기업들도 강력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처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키지 않으면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을 철저히 관리하라는 의미에서 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대전에서 온 이애령 호노리나(68) 수녀는 김씨의 수의를 제작해 빈소를 방문했다. 이 수녀는 “지난해부터 수도회가 연고자 없이 상 당하시는 분들을 위해 수의를 만드는 일을 하던 도중 김용균 청년 사망 소식 듣고, 지난해 태안 빈소를 방문하면서 김씨 아버님께 수의 제작 제안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경주에서 온 이장주(52)씨는 아들 2명과 함께 빈소를 방문해 “위험한 일을 남한테 맡겨서 회피하는 일이 더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박정민(25)씨는 “김용균씨가 읽고 있던 책 중에 내가 읽고 있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관련 책도 있는 걸 보고 내 또래의 일이라는 생각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구의역 사고 이후 바뀐 게 없다.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조문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온 수녀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에서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시민대책위는 지난 22일 김씨의 분향소를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뒤부터 이날 오전까지 방명록을 작성한 사람 수가 12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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