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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권위 “나이 든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앵커 구조 깨지지 않고 있다”

등록 2019-02-07 11:59수정 2019-02-07 21:00

2017년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 결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모두 남성
한국방송공사 이사 11명 중 여성 2명뿐
KBS 뉴스9 이각경(왼쪽) 염경철 앵커
KBS 뉴스9 이각경(왼쪽) 염경철 앵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에게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 공영방송 이사 임명 때 특정 성의 비율이 60%가 넘지 않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7일 인권위가 공개한 2017년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방송위와 방통심의위 위원, 공영방송 이사 가운데 절반 이상을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방통위 위원 5명은 모두 남성이고 방통심의위 위원 9명 가운데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방통위 위원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국방송공사(KBS) 이사 11명 가운데 여성은 2명이다. 방통위가 임명하는 문화방송(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은 모두 남성이었다가 지난해 8월 여성 2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도 9명 모두 남성이었다가 지난해 9월 여성 4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인권위는 방통위원장에게 방통위·방통심의위 위원, 공영방송사 이사를 임명할 때 특정 성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면서 “방송 심의에서 양성평등 조항을 적용하여 심의 의결한 사례는 9명의 방통심의위 위원 가운데 여성 위원이 2명이었던 1기에 14건이었던 데 비해 여성 위원이 없었던 3기에는 5건이었다. 위원 및 이사진의 남성 편향은 방송의 양성평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티브이(TV) 프로그램이 남녀 성 역할의 고정 관념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도 봤다. 조사 결과를 보면, 분석 대상 48개 드라마 속 여성 등장인물 중 전문직 비율은 21.1%인데 견줘 남성 등장인물 중 전문직 비율은 47.0%로 높았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극중 남성은 주로 의사 결정을 하는 위치인데 반해 여성은 남성의 지시를 따르는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석했다. 7개 채널 저녁종합뉴스 프로그램에서도 여성 앵커는 10명 중 8명이 30대 이하(80.0%)이고, 남성 앵커는 10명 중 9명이 40대 이상(87.7%)으로, 나이 든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앵커의 구조가 깨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치 뉴스는 남성 앵커가 소개하는 비율(55.8%)이, 경제 관련은 여성 앵커가 소개하는 비율(63.3%)이 높게 나타났다. 사회 관련, 생활 정보, 날씨 및 국외 뉴스는 여성 앵커가 소개하는 비율이 높고, 정치와 국방 관련 뉴스는 남성 앵커가 소개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에 인권위는 여성 앵커는 가벼운 주제를 주로 다루는 데 반해, 남성 앵커는 정치, 국방 등의 다소 무겁고 사회적인 위기와 관련된 주제를 많이 다루는 이러한 역할 분담이 남성과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 관념과 맞닿아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분석 대상 40개 시사 프로그램 중에서 36개 프로그램을 남성이 진행했고, 4개 프로그램에서만 여성이 진행했다. 8개 시사토크 프로그램 출연자 198명 가운데 여성 출연자는 21명(10.6%)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정치적이거나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는 주로 남성의 몫이라는 고정 관념을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인권위는 방송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권위는 방통위원장에게 방송사 스스로 양성평등 수준을 평가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갈 수 있도록 방송평가 항목에 방송사 간부직 성별 비율을 신설하고, 양성평등 실천 노력을 한 경우 추가 점수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권고했다. 또한 방송 출연진의 성·연령·장애·인종 등을 분석하는 미디어 다양성 조사 대상에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등장인물 성별에 따른 역할분석 등 정성적 평가 도입, 방송 콘텐츠 제작자에 미디어 다양성 조사 결과 공유 등도 권고했다. 아울러 방통심의위 위원장에게는 성별 고정 역할에 근거한 편견을 재생산하는 방송사례를 모니터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자문기구인 ‘성평등특별위원회’ 설치도 권고했다.

인권위는 국민의 62.6%는 여성이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성별 고정 관념을 지적한 2017년 여성가족부의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가 이번 권고 결정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성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우선 과제로 대중 매체의 성차별·편견·비하(16.4%)가 남성의 낮은 돌봄 참여(23.4%)와 낮은 여성 임금(22.7%)에 이어 3순위로 꼽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방송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성 역할 고정 관념을 강화해 성차별적인 사고를 정당화하는 차별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성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텔레비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같은 권고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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