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말레이시아인 ㄱ씨는 말레이시아에서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려다 붙잡혔다. 배와 허벅지에 얇게 펴서 포장한 필로폰을 복대로 감고 한국으로 밀수하려다 적발된 것이다. 인천지검과 인천세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사이 ㄱ씨를 포함해 8명의 말레이시아 필로폰 운반 조직원들을 구속기소하고, 이들이 들여오려던 필로폰 13.3㎏을 압수했다. 44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인천세관과 인천지검 등의 ㄱ씨 검거 작전은 긴박하게 이뤄졌다. ㄱ씨가 입국하기 하루 전에야 ㄱ씨를 사전입국심사제도(APIS)에 등록할 수 있었다. 하루라도 늦었다면 ㄱ씨는 필로폰 3㎏을 들고 한국에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다.
ㄱ씨를 포함해 말레이시아인 3명의 정보는 일본 경찰청과 일본 세관으로부터 확보됐다. 일본으로 가는 마약의 일부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한국 검찰과 세관은 일본 쪽으로부터 관련자들의 명단을 받아 수사에 참고해왔다고 한다. 국가정보원과 검찰, 세관이 확보한 정보와 일본 쪽 정보를 비교 검증하면서 수사망을 좁혀갔다. 지난해 10월 말 부산지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마초 18.28㎏을 한국으로 들여오려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인(57)을 구속기소했을 때도 일본과 명단을 공유했다고 한다.
마약 수사에 대한 국제 공조가 중요해지면서 대검찰청 마약과는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31일 대검찰청 15층 회의실에서 미국 마약단속국(DEA), 중국 공안, 일본 경찰청, 태국, 말레이시아 관계자 8명과 관계국 회의를 열었다. 특히 한국이 동남아시아 마약 조직들의 수출국으로 인식되면서 마약 운반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에 대한 추가 대응과 태국이 원산지인 마약 ‘야바’가 국내 태국 노동자들 사이에서 퍼져있는 것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초국가범죄인 마약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수사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말레이시아 필로폰 운반 조직을 적발하는 데에도 일본과의 정보 공유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1월 검찰이 압수한 마약량은 453kg이다. 2017년 같은 기간 186kg보다 1.5배 늘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